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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잡는 캄보디아 마이크로 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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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퇴치 소액대출 당초 목적서 변질…담보로 잡힌 땅 뺏기고 강제이주까지
대출자 절반 상환위해 자녀 노동 시켜…대형사 배불리기에 금리 18%로 제한

[아시아경제 프놈펜 안길현 객원기자] 빈곤퇴치를 목적으로 한 마이크로파이낸스(Micro financeㆍ소액대출)가 캄보디아에서 계속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보고서(사진)가 나왔다. 대출의 덫에 걸린 빈곤층들이 땅을 뺏기고 강제 이주를 당하는가 하면 부채 상환을 위해 아동들을 노동시장에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로파이낸스는 금융기관 접근이 어려운 사회적 취약 계층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 소액대출, 보험, 예ㆍ송금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캄보디아의 대표적 인권단체인 '리카도(LICADHO)'와 '사마쿰 테엥 트놋(STT)'은 최근 '이차적 피해(Collateral Damage)'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주장했다. 두 단체는 보고서에서 "토지를 담보로 한 고금리와 이에 따른 상환 압박으로 소액대출이 취약층의 토지 보유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반면 소액대출기관(MFI)과 외국 파트너에게는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캄보디아 수도인 프놈펜을 포함해 10개 지방에서 소액대출을 받은 28가구를 인터뷰한 결과 이 가운데 22가구는 빚을 갚기 위해 담보로 잡힌 토지를 팔아야 했다고 답했다. 또 18가구는 토지ㆍ주택 처분으로 거주지를 옮겨야 했으며 20가구는 빚을 갚기 위해 추가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 잡는 캄보디아 마이크로 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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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특히 마이크로파이낸스가 아동 노동 착취, 심각한 생활고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체 28가구 중 절반에 달하는 13가구가 빚을 갚기 위해 자녀에게 노동을 시켰다고 답했으며 응답 가구 대부분인 26가구는 식사량을 줄이거나 질 낮은 음식을 먹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캄보디아에는 80개의 마이크로파이낸스기관(MFI)이 대출 영업을 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7개는 예금도 취급하고 있는 대형 MFI다. 올해 초 기준 소액대출 잔액은 캄보디아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80억달러에 이른다. 지금까지 240만명이 소액대출을 받았으며 1인당 평균대출금액은 3370달러(약 408만원)다.

눈에 띄는 것은 예금과 대출을 동시에 취급하는 대형 MFI 7곳은 고금리를 이용해 총 1억3000만달러(2017년 기준)가 넘는 이익을 냈다는 점이다. 앞서 캄보디아 정부는 이 같은 고금리 문제 해결을 위해 MFI의 대출 금리를 18% 이하로 제한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대형 MFI는 외국은행과 국제투자회사, 유럽 개발기관이 지분을 일부 또는 100% 소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 루이스&클라크대도 2017년 캄보디아 마이크로파이낸스 실태와 관련해 비슷한 보고서를 냈었다. 독일 개발원조기구인 연방경제협력개발부(BMZ), 독일재건은행(KfW)의 지원을 받아 소액대출자 16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당시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50%가 과잉부채를 지고 있다고 답했다. 또 55%가 빚 때문에 질이 낮아진 음식을 먹고 있으며 47%는 식사량을 줄였다고 응답했다.


반면 캄보디아 마이크로파이낸스협회(CMA)는 이 보고서가 200만건이 훌쩍 넘는 소액대출 가운데 일부 부정적 사례만 담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CMA 측은 소액대출 확대로 특히 빈곤층이 사채에서 제도권 금융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됐다는 세계은행 보고서를 인용하며 빈곤퇴치에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2007년 47%에 달했던 캄보디아 빈곤율은 2014년에는 13.5%로 낮아졌다.




프놈펜 안길현 객원기자 khah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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