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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선풍기 사망'의 비밀과 진실-한국이 유일?[과학을읽다]

최종수정 2019.08.09 15:55 기사입력 2019.08.0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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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풍기나 에어컨으로 인한 질식이나 저체온증 사망은 사실일까요?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선풍기나 에어컨으로 인한 질식이나 저체온증 사망은 사실일까요?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낮 기온이 35℃를 넘고, 한밤에도 무더위가 가시지 않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폭염주의보와 열대야에 일상이 지배 당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이럴 때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더위를 식혀주는 가전인 에어컨이나 선풍기 아닐까요? 에어컨은 전기요금 폭탄이 두려워 아끼면서 틀지만 선풍기는 부담없이, 하루종일 켜 두기도 합니다. 에어컨보다 선풍기가 효자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이 선풍기나 에어컨이 사람을 죽이는 기계로 오인받기도 합니다. 요즘은 그런 보도가 뜸하지만 불과 몇년 전만해도 선풍기나 에어컨을 틀어놓고 잠을 자다가 숨진 사람의 이야기가 심심찮게 뉴스에 나왔습니다.


실제로 선풍기나 에어컨을 틀어 놓고 잠을 자면 사망할 정도로 위험한 것일까요? 특히 과거에는 '선풍기 사망(Fan death)' 사고는 거의 진실인 것처럼 대중에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선풍기 사망사고에 대한 구체적인 보도 내용을 종합해보면, "밀폐된 방에서 얼굴을 향해 선풍기를 켜놓은 채 잠을 자면 죽을 수 있다"로 정리됩니다. 이 내용은 사실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과학자들은 '그럴 수 없다'고 판단합니다. 선풍기 바람을 직접적인 사인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지요. 다만, 심장질환을 앓고 있었다거나, 과음 후 비정상적인 수면에 빠졌을 경우 오랜 선풍기 바람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있다고 합니다.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사안은 이런 보도들은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나왔다는 사실입니다. 외국 사람들은 선풍기를 켜지 않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런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일까요? 진실은 후자에 가깝습니다.


여러가지 가설 중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은 '정부 개입설'입니다. 에어컨이 일반화되지 않고 선풍기가 대세를 이루던 시절인 1970년대 우리나라가 에너지 위기에 봉착하자 국민들의 에너지의 소비를 억제시키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선풍기를 밤새 켜고 자면 사망할 수 있다는 '위험설'을 퍼뜨린 장본인이 정부라는 주장입니다. 굳이 증명할 필요도 없겠지만 과거 우리 정부의 일처리 방식을 되짚어 보면 모두가 긍정할만 하지 않을까요?

유독 한국에서만 선풍기 사망 보도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해외에서는 단 한 건도 사례가 없다고 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유독 한국에서만 선풍기 사망 보도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해외에서는 단 한 건도 사례가 없다고 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밀폐된 방에서 선풍기나 에어컨을 켜놓은 채 잠을 자면 죽을 수 있다'는 명제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죽을 수 있다'는 이유를 증명해야 합니다. 대부분 선풍기나 에어컨으로 인한 사망 사고의 사인은 '질식'과 '저체온증'입니다.


질식사의 경우 방문과 창문이 모두 닫힌 상태에서 선풍기를 틀어 놓아도 날개의 회전에 의해 공기가 순환되는 것이지, 방안의 산소가 선풍기 바람 때문에 더 소모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산소 결핍으로 인한 질식사는 아니라고 봐야 합니다.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려면 선풍기가 켜져 있는 사이에 체온이 8~10℃ 정도는 떨어져야 한다고 합니다. 그 정도로 체온이 떨어지기 위해서는 비교적 건강하지 못한 노인이 사흘 내내 선풍기를 켠 채로 밀폐된 방에 앉아 있어야 가능하다는 과학자의 견해도 있습니다. 결국 정상인이 선풍기 바람 때문에 저체온증에 빠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말입니다.


이와 관련 주목해야 할 대법원의 판결이 있습니다. 10여년 전 30대 여성이 대낮에 방문과 창문이 모두 닫힌 밀폐된 방에서 에어컨을 켜놓고 자다 숨진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에어컨에 의한 저체온증' 사망 여부를 두고 유족과 보험사가 법정 다툼을 벌였는데 법원은 1심과 항소심의 판단이 서로 달랐습니다.


대법원의 판단은 무엇일까요? 당시 재판부의 판결문은 명확했습니다. 여론은 '신뢰할 수 없는 사법부'라는 불명예를 안겨 주면서도 당시 판결에 대해서는 든든한 신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선풍기 사망'의 비밀과 진실-사람과 기계, 누가 더 문제?>편에서 '선풍기 사망'에 대한 대법원의 명쾌한 판결을 소개합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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