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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재 산업폐기물 120만t 매년 일본서 수입하는 한국…까닭은

최종수정 2019.08.05 08:14 기사입력 2019.08.05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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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제조업체 연간 120만t 석탄재 일본서 수입
반면, 국내 발전소 배출 석탄재 100만t은 매립
처분재활용만 잘해도 수입하지 않아도 된단 지적

일본 발전사, 석탄재 수출시 t당 5만원 처리비용 지원
물류비용 2~3만원 제하더라도 국내 시멘트사 이익
전문가 "환경부담금 등 도입해 장기적으로 수입량 줄일 필요"
한 화력발전소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한 화력발전소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지난 10년간 일본에서 들어온 산업폐기물 '석탄재'가 총 1200만톤(t)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력발전소에서 태우고 남은 석탄재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넘어와 시멘트 원료로 쓰인다. 그런데 국내 화력발전소에서도 엄청난 양의 석탄재가 나온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시멘트 회사들이 일본에서 석탄재를 수입함에 따라 국산 석탄재 상당수는 매립되고 환경오염 위험까지 낳고 있다.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응해 '일본산 석탄재 수입을 중단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리는 왜 일본 산업폐기물을 수입하고 있나=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4대 시멘트 제조회사인 쌍용양회공업ㆍ삼표시멘트ㆍ한라시멘트ㆍ한일시멘트가 최근 10년간 일본에서 수입한 석탄재는 총 1206만5000t에 달했다. 한해 평균 120만t, 금액으로는 600억원 규모다. 시멘트 회사들은 석탄재를 시멘트 원료로 쓴다. 과거에는 '점토'를 썼는데 광산개발이 어려워지면서 1990년대부터 석탄재를 쓰기 시작했다.


논란은 왜 굳이 '일본산 석탄재'를 수입하느냐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석탄재는 940만t(지난해 기준) 수준이다. 이중 89% 정도가 재활용된다. 주로 레미콘 원료로 쓰인다. 나머지 100만t 가량은 땅에 묻힌다. 매립되는 석탄재가 일본에서 수입하는 양만큼 많기 때문에 국산을 재활용하면 굳이 수입을 안 해도 되는 것이다. 게다가 석탄재에 함유된 비소ㆍ카드뮴ㆍ수은 등 유해 중금속은 환경오염 우려가 있는데, 국산 석탄재 재활용은 이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핵심은 '돈'이다. 일본 석탄화력발전사들은 처리 비용이 많이 드는 석탄재를 한국에 보냄으로써 이익을 본다. 그래서 한국 시멘트 회사가 1t을 수입해줄 때마다 5만원의 지원금을 준다. 물류비용을 빼도 시멘트 회사 입장에선 2만원 정도가 남는다. 이 방식으로 국내 시멘트 업계는 한 해 250억원의 이득을 본다. 시멘트 원료를 무상도 아니라, 아예 돈 받아가며 확보하는 것이다. 일본 발전사들도 t당 20~30만원 정도인 처리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어 '윈-윈'인 거래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매립되는 국산 석탄재, 재활용 방안은 없나=반면 국산 석탄재에는 지원금 같은 게 없다. 시멘트 회사들은 일본산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시멘트 업체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 발전사들이 석탄재를 레미콘사에도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공급량이 줄어 일본으로부터 석탄재를 수입하기 시작했다"며 "수입이 중단되면 원료 부족으로 시멘트 생산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는 만큼 (불매운동 등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발전사들도 일본처럼 지원금을 줘가면서 석탄재를 시멘트 회사에 넘기기 어려운 처지다. 매립 비용이 t당 1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재활용 방법을 강구하느니 그냥 매립하는 게 이득이다. 지원금은 아니어도 물류비용 정도는 대줘야 시멘트 회사들이 관심을 가질텐데, 이 비용은 t당 2만원에 달해 비용 대비 효율적이지 않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들은 한일 관계 악화 분위기를 계기로 '일본 석탄재 수입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일본이 한국에 석탄재를 떠넘기지 못하면 처리 비용 상승 등으로 곤란을 겪게 된다는 논리다. 이들은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석탄재 수입만 제한해도 일본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의 청원글을 올렸다. 한 달만에 이 청원글에는 10만909명의 동의가 달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멘트 업계의 경영 부담과 원료 수급 문제 등을 감안할 때 갑작스런 수입 중단은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다만 장기적으로 수입량을 줄이고 국산을 쓰는 방향으로 정책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제언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원자력 발전 감축으로 국내 화력발전소는 앞으로 더 많은 석탄재를 배출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산 석탄재 재활용 비율을 높이기 위해 발전사에 매립 부담금을 지불하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국시멘트협회 측도 "국산 석탄재 수급 상황이 개선될 경우 수입을 줄여나갈 수 있다"고 했다.


정부 또한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배제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석탄재와 같은 폐기물 관련 수입 규제, 안전조치 계획을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2일 정부 대응방안을 밝히며 "국민의 안전과 관련한 사항은 폐기물, 관광, 식품 분야부터 안전 조치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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