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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정부는 기업의 '파트너'가 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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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관(官)은 치(治)를 위해 존재한다'는 말을 남긴 바 있다.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 발표 이후 정부의 대응 방식을 보면 김 전 위원장의 말은 아직도 유효한 듯하다.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는 '관'의 모습보다는 재계 총수들을 불러 대응을 독려하는 '치'에 집중하고 있다는 인식을 지우기 어렵다.


지난 10일 청와대는 30대 그룹 총수들을 불러 "전례 없는 비상 상황""정부ㆍ기업이 상시 소통ㆍ협력하는 민관 비상 대응 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며 위기와 협조를 당부했다. 반면 상대국인 일본에는 정부의 과장급 인사를 보냈고 미국에는 국가안보실 2차장을 파견했다. 일본의 '작심한' 규제를 어떻게 풀지에 대한 외교적 해법은 요원한 상태다. 과거보다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기업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에는 여전히 위계질서가 녹아 있는 모습이다.

최근 들어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낸 정부의 강제징용 태스크포스(TF)팀은 우리 기업을 위해 무엇을 했나. 경제 수장은 올 상반기부터 관련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며 이번 사태를 사전부터 대응했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기업들이 TF를 통해 어떤 조언을 들었는지 확인되는건 없다. 재고부족 우려가 있으니 준비하라거나 공급선 다변화도 고려하라는 식의 구체적인 대응말이다. 삼성, SK하이닉스가 재고확보에 나선 것은 엄밀히 기업의 노력이었지 정부의 조언 덕이 아니었다. 그 와중에 청와대 정책실장은 일본 정부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3개 품목 수출 규제를 발표하자 이미 만든 100대 리스트의 상위 3개라며 '적중률 100%'를 강조하기도 했다. 부품소재육성 대책을 그동안 준비해왔고 7~8월 중에 발표하겠다는 정부의 언급은 발등의 불이 떨어진 지금의 상황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먼 미래의 얘기다. 결과적으로 관은 다스릴 뿐, 기업이 원할 때는 보이지 않았다.


기업이 정부의 실질적인 대책을 기대하기는 무리일 수밖에 없다. 정부에 대한 기대를 접는 냉소적인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지난해부터 화학물질 규제가 중소기업 생존을 위협하니 풀어달라고 요구했다는 재계 관계자는 "여전히 반응이 없다"며 "(정부가) 해줄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달 초 정부가 한시적으로 투자세제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의 '투자지원 3종 세트'를 발표하자 기업들은 "한시라도 어디냐"는 감지덕지한 반응이었다. 정부에 기업의 애로사항을 대신 전달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이 그러는지 들어보지 못했다"는 답이 돌아온다. 정부는 열려 있는데, 기업들이 직접 얘기를 하지 않는다는 투다.


관은 관(官)의 일을 해야 한다. 수시로 민(民)의 애로사항을 살피고 원할 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게 관의 역할이다. 사안이 발생하면 호출하지 말고 현장을 가서 살펴야 한다. 그것도 뒷북 대응이 아니라 사전에 해야 한다. 수출 규제가 또 다른 분야로 확대되기 전에 재고를 쌓든지, 수입선을 다변화하라고 당장 조언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도 정부를 '파트너'로 여긴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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