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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유럽은 여성" 사상 첫 EU집행위·ECB 수장…향후 행보는?(종합)

최종수정 2019.07.03 12:20 기사입력 2019.07.0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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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정상회의, 양대 권력기관에 女 낙점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에 '7남매 엄마' 폰데어라이엔
ECB 총재엔 라가르드…獨·佛 나눠갖기 비판도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결국, 유럽은 여성이다." 유럽연합(EU) 내 각국의 파워게임으로 진통을 겪었던 차기 EU집행위원장 최종 후보에 '7남매 엄마'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부 장관이 낙점됐다. 금융ㆍ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로는 프랑스 출신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내정됐다. EU행정부 수반 격인 차기 집행위원장과 이른바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ECB 총재에 여성이 오르는 것은 사상 최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EU 지도부와 28개국 회원 정상들은 2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열린 임시 EU정상회의에서 오는 11월1일 취임하는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로 독일 출신인 폰데어라이엔 장관을 추천하기로 했다. 같은 시기 임기가 만료되는 ECB 차기 총재로는 라가르드 IMF 총재, EU를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는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에는 호세프 보렐 전 스페인 외교부 장관이 각각 내정됐다.


FT는 "사상 처음으로 유럽의 가장 중요한 두 기관을 여성이 이끌게 됐다"고 평가했다. 일간 가디언은 "EU 최고 권력기관에서 60년 이상 이어진 남성 주도의 문화를 무너뜨린 것"이라고 전했다.


도날트 투스크 EU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결국 유럽은 여성이다. 그런 결과를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초 EU 회원국 정상들은 지난달 차기 지도부 인선 작업을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이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해 3일 연속 마라톤 협상을 이어왔다. 주요 외신은 "격론과 갈등 속에서 이날 2명의 여성 지도자라는 대담한 카드로 교착상태를 타개한 것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라고 전했다.

다만 파워게임을 촉발시켰던 독일과 프랑스가 나란히 양대 권력기관 수장인 집행위원장, ECB 총재직을 차지한 데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통상 유럽의회 제1당 대표가 집행위원장을 맡아왔다는 점에서 폰데어라이엔 후보의 의회 인준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U의 5대 핵심보직 중 남은 한 자리인 유럽의회 의장은 전반기에는 사회당 소속의 이탈리아 정치인인 데이비드 사솔리, 후반기에는 유럽국민당(EPP)의 만프레드 베버 대표가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유럽은 여성" 사상 첫 EU집행위·ECB 수장…향후 행보는?(종합)


◆첫 여성 EU행정부 수반…폰데어라이엔, 트럼프 협력 구축이 과제

EU 행정부 수반 격인 차기 집행위원장으로 깜짝 내정된 폰데어라이엔 후보는 7남매의 엄마이자 6년 이상 국방부문을 책임져 온 대표적인 장수 장관이다. 이달 유럽의회 인준투표에서 의원 751명의 과반 찬성을 받으면 오는 11월1일 EU 역사상 첫 여성집행위원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독일인이 EU집행위원장을 맡게 되는 것은 1967년 이후 52년 만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임시 EU정상회의를 마치고 "(폰데어라이엔 후보가) 거의 만장일치로 선출됐다"며 "기권표를 던진 한 명은 바로 나"라고 밝혔다. 한때 이른바 '포스트 메르켈' 후보로 꼽히기도 했던 폰데어라이엔 후보는 2005년 독일 중앙 정치무대에 데뷔한 후 지금까지 메르켈 내각에 몸담고 있는 유일한 장관이기도 하다.


향후 EU집행위원장으로서 폰데어라이엔 후보는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EU 탈퇴), 미ㆍ중 무역전쟁,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EU 관세 위협, 기후변화, 난민 및 이민, 포퓰리즘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유럽경제공동체 출범 직후 벨기에 브뤼셀에서 태어난 폰데어라이엔 후보는 프랑스어 등에 능통할 뿐더러, EU공동체 차원의 실용주의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과거 노동부 장관 시절에는 대기업 이사회 내 여성비율 할당제, 최저임금제 등 진보적 정책을 펼치며 메르켈 총리와 대립하기도 했지만 국제적 측면에서는 메르켈 총리와 비슷한 성향이라는 평가다. 그는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을 "대중에 의해 부풀려진, 공허한 약속의 거품"이라고 비판하는가 하면, 브렉시트 이후 EU와 영국 간 긴밀한 관계를 강조했다.


현지 언론들은 폰데어라이엔 후보의 최대 과제 중 하나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행정부와의 협력관계 구축을 꼽았다. 그간 폰데어라이엔 후보는 국방부 장관으로서 러시아와의 관계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러시아 전략부재를 비판해왔다. 또한 메르켈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냉랭한 관계에 대해 "메르켈 총리처럼 세계적으로 존경받고 오랜 경험을 갖춘 여성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세계관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FT는 "아버지가 초기 EU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동안 브뤼셀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정치적 서바이버"라며 "차분하고 침착하다는 평판을 받는 인물"이라고 그를 소개했다.


◆매파? 비둘기파? 라가르드號 ECB, 기존 부양책 이어갈 듯

오는 10월 말 임기가 만료되는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후임으로 라가르드 IMF 총재가 낙점된 것은 '예상 외의 깜짝 결과'라는 평가다.


프랑스 재무부 장관 출신이자 IMF를 이끌고 있는 라가르드 총재는 주요국들의 금융위기 해결과정에 관여해왔지만 통화정책과 관련한 직접적 경험은 전무한 탓이다. 라가르드 총재가 취임할 경우 중앙은행 출신이 아닌 첫 여성 ECB 총재가 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라가르드 총재가 '지휘자'가 아닌 '조정자'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잇따른다. 다만 IMF가 그간 적극적으로 ECB의 확장적 통화정책을 지지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책적으로는 추가 경기부양책을 시사해온 드라기 총재의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AP통신은 "IMF는 라가르드 총재하에서 인플레이션 상승, 경기부양 등을 목적으로 한 확장적 통화정책 노력을 지속할 것을 ECB에 요구해왔다"며 "조기 금리인상에 대해서도 경고했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기존 통화정책이 유지될 것으로 바라봤다. 반면 다우존스는 "ECB에 약간의 불확실성이 생겨난 것은 사실"이라며 매파인지, 비둘기파인지 불확실한 라가르드 체제에서 ECB 내부 정책결정 시스템에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ECB 총재로서 라가르드 총재가 임기 8년간 직면할 최대 숙제는 금리결정 과정에서 경기부양책을 지지하는 남유럽 국가들과 이에 회의적인 북유럽 국가 간 시각차를 조율하는 것이다. 변호사 출신인 라가르드 총재는 베이커매킨지 최고경영자(CEO)를 거쳐 프랑스 산업통상부, 농업부, 재무부 장관을 역임했다. 재무부 장관 시절 글로벌 금융위기를 해결하는 데 앞장섰고, 유럽 재정위기 당시 IMF 총재로서 각국의 구제금융에도 개입했다.


FT는 "ECB 내부의 반응은 엇갈릴 것"이라며 라가르드 총재가 경제학, 중앙은행 경험이 전무한만큼 필립 레인 수석이코노미스트 등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회계법인 그랜트 손튼의 다이앤 스원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유럽재정위기 당시 라가르드 총재가 해낸 역할을 볼 때, 이미 EU가 직면한 도전 대부분을 알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그간 프랑스 출신이 ECB 총재직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은 잇따랐지만 그간 거론된 후보 명단에 라가르드 총재는 포함되지 않았었다.


투스크 EU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임시 EU정상회의를 마치고 "매우 독립성을 지닐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내정 기간 IMF 총재로서의 역할을 '일시적으로' 수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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