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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예상을 뛰어넘은 판문점 북미 단독회담

최종수정 2019.07.30 16:20 기사입력 2019.07.0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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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완주 부장] 단 하룻밤 만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역사적인 회동.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담이 현실로 나타났다.


30일 '깜짝' 만남에 그칠 것으로 여겨졌던 북ㆍ미 정상의 단독 회동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녘 땅을 밟은 것이 그 첫 번째 장면이다. 이어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ㆍ북ㆍ미 정상이 한 자리에서 담소를 나눈 모습이 연출됐다.

인사만 나누지 않겠냐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북ㆍ미 정상의 단독 회담은 50분을 넘어섰다. 이날 판문점에서 벌어진 모든 일이 다 역사적 사건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이날 하루 냉전의 마지막 산물이자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은 역사적 이벤트 장소로 부각된 날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금단의 땅이었던 북측 지역에 잠시 발걸음을 내딛었다는 것 자체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앞으로 전개될 비핵화 협상을 앞두고 시사를 하는 바가 크다.


우선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이 대북제재 해제 대신 체제보장을 대응 방안으로 내세웠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월경'은 북한의 체제보장 및 안전에 대한 간접적인 화답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70여 년간 북ㆍ미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상호간 '불신'을 해소하는 계기도 된 셈이다.

비핵화 문제가 진척을 보이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과감하게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한 것도 신뢰 구축의 일환으로 보이는 연장선이다.


김 위원장의 판문점 등장 또한 궤를 같이하는 대목이다. 자칫 농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회동 제안에 대해 격식을 따지지 않고 받아들인 것 자체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행동이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훌륭한 관계가 이번 상봉을 이루어 낸 신비한 힘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ㆍ미 정상회동의 성공을 위해 적절한 모양새를 갖추며 뒤로 빠진 것은 적절해 보였다.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위한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슬기로운 판단이라 여겨진다. 지금은 북ㆍ미 정상의 대화가 더 필요한 시점인 탓이다.


북ㆍ미 정상의 깜짝 이벤트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재선을 위한 노림수로 김 위원장과의 극적인 회동을 의도했다는 합리적 의심이다. 다른 하나는 비핵화 협상이 아무것도 합의를 보지 못한 상황에서 그런 이벤트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비판이다. 자칫 북한의 오판만 유도하게 될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제안을 받아들인 김 위원장을 향해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북한은 매체를 동원해 남한의 중재자 역할에 대해 "집어 치워라"고 비난의 날을 세우고 있다. '남측 당국자'라고 표현을 자제했지만 사실상 문 대통령을 겨냥해 비난의 강도를 점점 높여가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이번 북ㆍ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전통적인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판문점에서의 남ㆍ북ㆍ미 회동은 남북관계가 더 이상 경색되지 않고 다시 개선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깜짝 회동은 깜짝으로만 그치지 않았다. 이번 판문점에서 두 정상의 회담 시간은 싱가포르와 하노이 때보다 더 길었다. 사실상 3차 북ㆍ미 정상회담이나 마찬가지였다. 양국이 각각 대표를 지정해 포괄적인 실무 협상에 들어가기로 한 것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물이었다.


이 같은 점들을 감안해 이날 역사적인 북ㆍ미 정상의 판문점 회담이 일시적 이벤트가 아닌 비핵화 협상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판문점이 분단의 상징이 아니라 평화의 상징으로 바뀔 날도 고대해 본다.




정완주 부장 wjch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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