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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익자삼우(益者三友) 핀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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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순방으로 북유럽 국가가 재조명을 받고 있는 듯하다. 즈음하여 필자는 개인적 연구를 목적으로 핀란드를 방문해 문헌으로만 접해온 이들의 사회상을 일부나마 체험할 수 있었다.


핀란드는 인구 500만명으로 인접국인 스웨덴의 2분의 1, 러시아의 30분의 1에 불과한 소국이다. 이들의 성격은 내성적이다. 상대방과 자신의 발을 보면서 이야기하는데, 적극적인 경우라도 상대방의 발을 본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핀란드어에는 '짧은 대화'라는 단어가 없다. 그래서인지 이들과 미팅할 때는 내용이 구체적이고 본론에 충실할 것을 원하는 듯했다. '시수(sisu)'라는 개념도 흥미롭다. 티 내지 않으면서 은근히 드러내는 '해내고야 말 거야'라는 의지를 의미한다. 아마도 오랫동안 주변 열강의 침략을 받으면서 생존을 위해, 주권 쟁취를 위해 다진 마음가짐이었으리라. 이 점은 우리와 유사하다.


이들은 행복이라는 측면에서 우리보다 상당히 앞서 있다. 치안이나 사회 안전망이 잘 갖춰져 있고 장수하며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신선한 공기와 맑은 물은 이들이 누리는 복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년에 한 번씩 공표하는 중학교 3학년 학력고사의 영어ㆍ수학ㆍ국어 평균 점수는 우리와 톱을 다툰다. 그렇지만 핀란드 학생들은 개인 간 점수 차이가 크지 않고 균질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우리와 현격한 차이가 있다. 이들의 교육 방식은 '그렇게 하면 안 돼'라든지 '이렇게 해야 해'라든지 하는 강압 없이 자유로운 사고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필자는 IT, 고용 및 디자인의 전문 분야에서 일하는 핀란드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이들이 한국에 대해 매우 긍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이 기술 혁신을 선도하며 높은 학력 수준과 풍부한 해외 경험을 지닌 인재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주요 이유다. K팝과 한국 드라마의 인기도 한몫 거들고 있다. 현재 한국에는 400여명의 핀란드 대학생이 언어 연수나 학업을 위해 머물고 있다고 한다. 한국이 좋아 찾은 이들에게 부족함 없이 대해주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핀란드와 한국은 지리적으로 비행기로 9시간의 거리만큼 떨어져 있다. 수교한 지도 50년밖에 안 됐다. 하지만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핀란드가 한국의 IT나 헬스 분야 등의 인재를 리크루팅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탤런트 부스트업(talent boost-up)' 구상으로 이어진다. 이들은 국적기인 핀에어가 한국을 아시아의 허브로 북유럽과 직접 연결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자녀 교육과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이라는 더 행복한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도 홍보하고 있다. 청년 실업이 우리 경제의 심각한 문제임을 감안하면 핀란드와의 인적 교류는 서로 윈윈이 될 좋은 기회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어떤 국가와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핀란드를 포함한 북유럽 국가와의 사회ㆍ경제 전반에 걸친 관계는 신뢰를 바탕으로 장기에 걸쳐 형성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일관성 없이 후다닥 일을 처리해버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방 잊어버리고 다시 새로 일을 벌이는 우리의 냄비 근성은 매우 유감이다. 인기가 있든 없든 자기 분야에서 묵묵히 한 우물을 끈기 있게 파야 전문성이 생기고 문화 프런티어가 업그레이드되고 국제사회에서 국격(國格)이 향상될 수 있다. 이는 외국과의 신뢰 관계 구축 및 유지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무쪼록 이번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이 일회성 반짝 쇼가 아닌 이들과의 미래의 지속적이고 상호 호혜적인 관계를 가져오는 마중물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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