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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김종석 기상청장 "1% 가능성에도 인공강우 연구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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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저감 뿐 아니라 물 부족 대비·산불진압 효과 기대
1960년대부터 연구 나섰지만 중국과 60여년 기술 격차
인공강우 연구예산 8억-800억 차이…中과 기술교류 추진
한국형 수치예보모델 올해 말 완성…휴대폰 앱도 개발 박차

[아시아초대석]김종석 기상청장 "1% 가능성에도 인공강우 연구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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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아시아경제 신범수 사회부장, 정리=이현주 기자]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1%만 존재한다 하더라도 인공강우는 충분히 연구할 가치가 있습니다."


김종석 기상청장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효과가 없다고 단정 짓기보다는 다양한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꾸준히 연구해야 한다"며 이처럼 말했다. 인터뷰는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기상청 청사에서 지난달 27일 진행됐다.

기상청이 최근 환경부 등과 함께 시행해 관심을 모은 인공강우 시험은 미세먼지에 신음하는 국민에게 한 줄기 희망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그리 신통치 않았다. 먼지가 씻겨갈 정도의 비가 만들어지지 않은 탓이다.


김 청장은 "비를 어느정도 만들어야 먼지를 없앨 수 있는지 등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지나친 기대도 금물이지만 1%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인공강우 기술을 개선시켜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 청장이 인공강우에 큰 관심을 갖는 건 미세먼지 대책뿐 아니라 기후변화에 따른 '물 부족'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산불 예방ㆍ진압에도 인공강우 기술은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다.

사실 기상청은 1960년대부터 인공강우 기술을 연구해왔다. 하지만 중국과 비교해 60여년의 기술격차가 있을 정도로 한국 기술수준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중국은 가뭄이 심했던 2007년 랴오닝성에서 로켓 1500발을 발사해 2억8300만t에 달하는 비를 내리게 한 기록도 있다. 중국과의 협력이 절실한 이유다.


김 청장은 "중국 기상국과 협업하며 기술 교류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신 한국은 중국에게 앞선 '기상예보' 기술을 전수한다는 게 김 청장의 복안이다. 중국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있는데, 한국이 평창 동계올림픽 때 선보인 세계적 기상예보 기술에 관심이 많다.


김종석 기상청장이 27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김종석 기상청장이 27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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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50년 넘게 인공강우를 연구했음에도, 왜 이 같은 기술격차가 생겼을까. 김 청장은 '투자의 규모와 기간'을 이유로 들었다. 중국은 인공강우 연구에 연간 800억원을 투입한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 기상청의 인공강우 실험 관련 예산은 8억8900만원에 불과하다. 인공강우 실험을 위해 필수적인 '기상항공기' 상황도 열악한 수준이다. 현재 기상청이 보유한 항공기는 13인승 단 1대뿐인데, 이마저도 장비를 싣고 나면 실제 탑승인원은 5명 수준이다. 반면 미국은 한 번에 50명 이상 탈 수 있는 대형항공기를 이용한다.


김 청장은 "인공강우 국제공동 연구와 인프라 구축을 위해 20억 추경 예산을 요구한 상태"라며 "항공 실험뿐 아니라 지상실험도 수행하면서 인공강우 기술을 다변화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지상실험을 위해 기상청은 최근 대관령 지역 노후 지상 관측장비를 교체했다. 김 청장은 "여름철 서해안 해무가 발생하는 시기에 신안군 지역에서 해무를 대상으로 인공강우 실험도 수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기상청은 정확한 기상 예보를 위한 기술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을 개발하고 있는데 올해 말 완성해 내년부터 적용하는 게 목표다. 김 청장은 "목표로 삼은 성능은 현업 전지구예보모델(UMㆍUnified Model) 대비 98%"라며 "이는 독자적으로 수치예보모델을 보유한 8개 국가 중 5~6위권 수준이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을 작동시키기 위한 슈퍼컴퓨터 5호기도 조만간 도입한다. 현재 운영 중인 4호기 이론성능 5.8PF(페타클롭스ㆍ지구인구 70억명이 약 16년동안 계산할 양을 1시간에 계산할 수 있는 성능) 대비 8배 이상 수행 능력을 갖고 있다. 김 청장은 "슈퍼컴퓨팅 자원을 확보하면 신속하면서 정확한 기상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우리 사회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와 융합해 사회ㆍ경제적 가치를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효과적인 기상 정보 전달을 위한 휴대폰 애플리케이션 개발도 서두르고 있다. 올해 말 선보일 기상청 앱은 위치 기반의 기상정보를 'PUSH' 형태로 전달한다. 김 청장은 "기상재해에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대응해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기상 예측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기상청 부지는 김종석 기상청장과 인연이 깊다. 이 곳은 과거 공군사관학교가 있던 자리이고, 김 청장은 공군사관학교를 나왔다. 집무실 창문 쪽을 가리키며 "저 쪽에서 오리걸음으로 얼차려 받던 기억이 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파일럿을 꿈꿨던 김 청장은 시력이 나빠지면서 조종을 하지 못하게 됐다. 조종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던 끝에 기상에 관심을 가져 체계분석학을 전공했다. 대령 전역 후 공군본부 공군기상단 단장을 거쳐 경북대 지구과학교육과 외래교수, 대기원격탐사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기상청에 오기 직전에는 한국기상산업기술원장을 지냈다. 기상학을 전공한 첫 공군 출신 기상청장이다. 1958년생이며 경상북도 영덕 출신이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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