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강남 대장주 아파트 10억대 붕괴 '수난시대'

마포·성동 고가 아파트 등
10억대 매물 시세 하락 조짐
당분간 반등 기대감 접어야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비 강남권 고가아파트의 심리적 가격 저항선인 10억원이 무너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강남3구(서초ㆍ강남ㆍ송파구)를 중심으로 집값 바닥론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그 외 지역에선 거래절벽과 더불어 시세 추가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대장주라 불리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59.96㎡(2층)는 지난 6일 9억7800만원에 매매됐다. 이와 동일한 크기와 층수 매물은 지난해 11월5일 10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마포구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전용 59㎡ 호가는 현재 10억원선"이라며 "해당 아파트는 층수가 낮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거래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사교육 2번지'로 불리는 양천구 목동의 주요 재건축 단지로 거론되는 '신시가지아파트' 10단지 전용 70.2㎡도 지난 11일 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이와 동일한 매물이 가장 최근에 거래된 것은 지난해 10월8일로 11억20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3단지 전용 64.98㎡도 지난 12일 9억8000만원에 매매됐는데 지난해 하반기엔 11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신시가지아파트는 지난해 정부의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기준 강화와 1~14단지를 한데 묶어 개발하는 지구단위계획이 서울시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중인 탓에 정비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양천구 B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현재 몇개 단지가 독자적으로 나서 정밀안전진단 모금운동을 진행 중"이라며 "부동산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최근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2012년부터 일대 대장주 자리를 지켜온 성동구 옥수동 '래미안옥수리버젠' 전용 59.84㎡는 지난달 23일 9억9700만원에 거래됐다. 가장 최근 거래는 지난해 9월로 10억8000만원이었다. 광진구 자양동 '자양한양아파트' 전용 107.31㎡도 지난해 9월 10억8000만원에 거래됐던 게 지난 15일 9억4000만원까지 미끄러졌다. 이밖에 서대문구와 중구 등에서도 일대 시세를 이끌어온 주요 단지에서 10억원대가 무너진 경우가 적지 않았다.

강남3구 이외 지역에서 10억원이라는 가격은 일종의 심리저항선이다. 주식시장에서도 '코스피 2000 붕괴' 등 지수의 앞자리 숫자가 바뀌는 것을 라운드넘버가 무너졌다고 표현하는데, 그 자체만으로 시장에 심리적 충격을 줘 추가 하락이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최근 강남3구의 급매물 소진으로 집값이 다시 반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으나 서울 아파트값은 최근 24주째 하락중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0.08% 하락해 직전주(-0.04%) 대비 낙폭이 2배 확대됐다. 특히 강남3구 외 지역에선 서대문구(-0.30%), 중구(-0.30%), 노원구(-0.13%) 등의 순으로 낙폭이 컸다.

전문가들도 당분간 집값이 반등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올해 전국 입주물량이 45만가구를 넘고 서울도 상당한 규모의 공급이 예정돼 있으며 대출규제 등의 여파로 집값이 오르긴 힘들 것"이라며 "최근 주택건설 인허가건수가 많이 줄어든 것으로 봐서 내후년쯤에나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