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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작업중지 요건 명확" vs 재계 "명령 해제 까다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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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사업장 전면 작업중지 "매우 제한적" 강조
경영계 "법 취지는 공감하나…각종 부작용 우려"
현장 적용하기 모호한 기준에 반발…고용부 "기우"
특고·가맹점·배달종사자 산재예방 대책 강화

아시아경제DB=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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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우수연 기자] 고용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등 하위 법령을 공개하자 재계에서는 "입법 보완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산재 예방을 위한 법 취지에는 공감하나 실제로 법을 현장에 적용했을 때 각종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22일 산안법 전부개정에 따른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하위법령 개정안을 40일 동안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된 산안법은 위험 작업의 도급을 금지하고 원청의 안전ㆍ보건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태안화력발전소 하청 노동자 김용균씨 사망을 계기로 마련돼 일명 '김용균법'으로 불린다. 산안법은 내년 1월16일부터 시행된다.

개정 산안법에 따르면 고용부 장관은 중대 재해 발생 후 다시 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중대 재해가 발생한 해당 작업과 그와 동일한 작업에 대한 '일부 작업중지'를, 붕괴, 화재ㆍ폭발, 물질 누출 등으로 중대 재해가 발생해 주변으로 확산될 수 있는 등 불가피한 경우 '전면 작업중지'를 명령할 수 있다. 중대 재해란 산업재해 중 사망 등 재해 정도가 심하거나 다수의 재해자가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박화진 고용부 노동정책실장은 산안법 하위법령 개정안 관련 브리핑에서 "노동계, 경영계, 전문가와 수차례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했다"며 "가급적이면 조정을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산업계에서는 사업장 작업중지 명령 기준과 원청의 안전 관리 기준이 모호하다며, 하위 법령에서 이를 구체화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고용부 "작업중지 요건 명확" vs 재계 "명령 해제 까다로워" 원본보기 아이콘

이들은 작업중지 명령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행정기관의 자의적인 작업중지 명령이 남발되거나 작업중지 범위가 과도하게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24시간 돌아가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장의 경우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법에서 이미 작업중지 요건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번에 공개한 하위 법령에는 작업중지 명령과 관련한 요건을 구체화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고용부는 사업장 전체 작업중지 명령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란 입장도 밝혔다. 고용부 관계자는 "전면 작업중지의 경우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해당한다"며 "구축물 붕괴, 화재, 위험 물질 누출 등으로 중대 재해가 발생해 인접 지역으로 그 피해가 확산될 위험이 있을 경우"로 매우 제한적으로 규정했다. 그는 "예를 들어 화학물질이 유출됐는데 인근 마을까지 피해가 확산됐을 경우에만 전면 작업중지를 명령할 수 있다"면서 "정부가 작업중지 명령을 남발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는 기우(杞憂)"라고 덧붙였다.


재계는 공장을 멈추게 하긴 쉽지만 작업중지 명령을 해제하는 조건은 까다롭다는 점도 문제를 삼고 있다. 이번에 개정된 산안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사업주는 중대 재해와 관련된 작업 근로자의 의견을 들어 해제를 신청하고, 지방노동관서의 장은 해제요청일로부터 4일 이내 심의위원회를 개최ㆍ심의토록 했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 관계자는 "재계에선 4일보다 더 짧은 시일 안에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사업장에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진 상태에서 빠르게 안전대책을 세우고 해야 한다. 4일보다 더 짧은 시일 안에 해제 요청이 가능해야 한다"고 밝혔다.


산업계 관계자는 "원청 안전 관리 기준도 모호하다"며 "세부적인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청이 수급업체와 관계 수급인(2ㆍ3차 하도급인)에게까지 안전 조치를 해야 하는데, 간헐적이고 일시적인 작업들에 있어서는 현장에서 다 관리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산재 사망 시 사업주의 처벌을 7년 이하 징역에서 10년 이하 징역으로 개정한 부분도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형량이라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경총 관계자는 "사업주의 관리 범위에 한계가 있고, 모든 법령을 준수하기 어려운 현실적 상황이 고려되지 않았다"며 "사업주 형벌 수준은 현행대로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고 김용균 노동자 장례식장 서울 이전 및 시민대책위 대표단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대책위는 충남 태안의료원 장례식장에 안치된 김 씨의 시신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옮겼다. /문호남 기자 munonam@

2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고 김용균 노동자 장례식장 서울 이전 및 시민대책위 대표단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대책위는 충남 태안의료원 장례식장에 안치된 김 씨의 시신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옮겼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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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산안법 하위 법령에서는 제조업 등의 경우 상시 근로자 수가 500명 이상인 회사와 건설업의 경우 시공능력평가액 순위 1000대 회사의 대표이사가 회사 차원의 안전ㆍ보건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했다. 가맹점 산재 예방을 위해 안전ㆍ보건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하는 대상은 재해율이 높은 외식 및 편의점업 중 가맹점 수가 200개소 이상인 가맹본부로 정했다.


50억원 이상의 건설공사 발주자는 공사 단계별로 적정 공사 기간ㆍ금액 등을 포함한 안전보건대장을 작성토록 했다. 개정 산안법으로 보호받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는 보험설계사, 27종 건설기계 운전사, 골프장 캐디, 택배원 등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직종 9개와 동일하게 정했다.


또한 시행령에는 사업주가 자신의 사업장 밖이라도 산재 책임을 져야 할 장소를 '추락·질식·화재·폭발·붕괴 등의 위험이 있는 22개 장소'로 지정했다. '농도 1% 이상의 황산·불산·질산·염산 취급 설비를 개조·분해·해체·철거하는 작업'을 사내 도급에 승인이 필요한 작업으로 규정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과 오토바이 등을 이용해 일하는 배달 종사자의 산재 예방을 위해서는 종사자의 운전면허와 보호구 보유 여부 등을 배달 중개자가 확인하도록 했다.


고용부 측은 "입법 예고 기간 중에도 노사 의견을 수렴ㆍ검토할 예정이므로 의견을 충분히 제출해주길 바란다"며 "규제ㆍ법제 심사 등 정부 입법 절차를 신속히 추진해 개정법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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