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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할담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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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할담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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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전 회사 후배가 '꼭 보라'라는 당부와 함께 유튜브 링크 하나를 보냈다. 평소 유머 코드가 맞는 후배라서 심심할 때 봐야겠거니 하고 뒀다. 그런데 몇십 분 뒤 '아직 안 봤느냐'라며 성화다. '지담비 할아버지도 모르냐'라는 핀잔과 함께. '손담비는 알아도 지담비는 뭐냐'라니까 대놓고 구닥다리 취급을 한다.


조용한 기자실이어서 묵음으로 하고 영상을 봤는데 벌써 웃기다. 참을 수 없어 밖으로 나가 소리를 켰는데 정말 나도 모르게 정신 나간 여자처럼 한참을 웃었다. 처음에는 신기하고 재밌어서 그저 웃다가 시간이 지나니 행복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면서 77세 노인의 볼을 꼬집고 궁둥이를 팡팡 때리고 싶을 정도였다.

한때는 '나 밥 먹을 시간도 없는데 남 밥 먹는 걸 누가 한가하게 보고 있느냐'라면서 유튜브 먹방 시청자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나는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 '구독하기'를 눌러놓은 10여명의 유튜버 먹방을 부지불식간에 보고 있다. 최근에는 지담비, 할담비도 목록에 추가했다. 보면 볼수록 기분이 좋아져 가족과 지인에게 링크를 마구 보낸다.


지담비 또는 할담비로 불리는 77세 할아버지 지병수씨는 KBS1 TV '전국노래자랑'에 나와 가수 손담비의 노래 '미쳤어'를 신들린 박자 감각에 치명적인 안무를 곁들여 맛깔나게 부르면서 유명세를 탔다. 손담비가 답춤을 유튜브에 올리고 할담비의 예선전 영상까지 추가로 공개되면서 인기는 연일 상한가다. 광고 요청도 쇄도해 할담비가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라고.


얼굴은 인생의 거울이라고 했던가. 하회탈을 쓴 듯한 할담비의 웃음기, 장난기 가득한 인상의 이면에는 남모를 아픔이 숨어 있었다. 위키트리 인터뷰 영상을 보면 11남매 중 막내인 할담비는 월 50만원 조금 넘게 받는 미혼의 기초수급생활자다. 옷장사로 돈 좀 버나 했더니 점포에 불이 나고 술장사 하다 일본에 넘어가 살풀이 공연가로 떠돌며 굴곡진 인생을 살았다. 하루아침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타가 된 할담비에 모두가 기뻐하지만 친누나들은 여전히 눈물을 훔칠 뿐이다. 소년원 출신 양아들, 슬하의 손주와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김혜원 산업부 기자 kimhye@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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