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USB 증거로 인정…본격적으로 열리는 '판도라의 상자'
증거능력 인정…새 문건 여부 주목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약 8600개 문건을 작성하고 그때그때 이동식 저장장치(USB)에 보관해 앞으로 일에 차질이 없도록 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꼼꼼한 일처리가 그의 발목을 잡을지 주목된다.
법원이 2일 재판에서 USB의 증거 능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USB가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확보된 만큼 증거로 인정하면 안 된다며 필사적으로 내세운 그의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임 전 차장은 재판 전략을 새로 짜야할 처지에 놓였다.
이에 따라 임 전 차장의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 등 30여개 혐의를 놓고 벌어지는 앞으로의 재판에서 검찰은 USB 문건을 증거로 제시하고, 임 전 차장은 자신이 작성했거나 관여한 문건의 신빙성을 부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다음 재판은 4일 열린다.
임 전 차장은 USB에 어떤 문건을 보관했길래, 이것이 쟁점이 된 것일까. 핵심은 8000여 문건 중 '청와대와 재판 거래를 시도한 흔적이 남은' 자료가 있느냐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상고법원 도입 등 법원의 위상을 강화하는 사법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일부 재판에서 청와대가 원하는 결론이 나도록 판사들에게 압력을 가한 것으로 본다. 특히 임 전 차장은 일제 강제징용피해자들의 민사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관련 재판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양 전 대법원장이나 청와대에 보고할 문건이나 일선 판사들에게 보고서 작성을 지시하고 판결을 강요하는 지침 등이 USB 문건에서 발견되면 이 혐의가 입증된다. 임 전 차장이 USB의 증거능력에 문제를 걸어온 것은 거꾸로 해당 문건들이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사법정책에 반대하는 법관들을 사찰한 문건도 스모킹건이 될 수 있다.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다. 이는 임 전 차장이 재판 뒷거래에 걸림돌이 될 일부 법관들에게 압력을 행사하거나 인사 불이익을 주는 등의 정황을 입증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이 지난해 2월 임 전 차장의 개인용컴퓨터 등 4대와 암호화된 760개 파일을 검증해 사찰 문건을 확보하려 했지만 흐지부지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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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가지 외에도 그동안 나오지 않은, 재판거래를 의심케 하는 새 문건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가령 임 전 차장이 공보관실 운영비를 불법으로 편성해 비자금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가운데 비자금이 재판거래에 쓰일 계획이었다는 것을 입증할 문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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