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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히면 죽는다"…여의도 들었다놨다 '新외감법 패닉'

최종수정 2019.03.28 11:30 기사입력 2019.03.2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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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아시아나도 한정 받고 주가 출렁, 뒤통수 맞은 개미
중소형주 상폐확률 코스피社보다 높아 회계 이슈 뜨면 주의보 발령
주기적 감사인 지정 확대, 소형법인 일감 빼앗길까 걱정
신평사, 피감기업 사업보고 지연 속출 예의주시 '비상근무'

"찍히면 죽는다"…여의도 들었다놨다 '新외감법 패닉'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올해 3월 들어 투자자는 물론 신용평가사와 회계감사인의 신경이 여느 때보다 곤두섰다.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이 개정되면서 올해부터 회계감사가 한결 깐깐해져서다. '적정' 의견을 받은 기업의 투자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반면 '비적정' 의견 또는 감사보고서 제출이 지연된 경우에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감사인에 대한 책임이 커지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회계사들이 늘어나고, 신용평가사들도 감사보고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주총회 시즌에 접어들면서 주식 투자자들은 기업 감사보고서가 공시될 때마다 일희일비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아시아나항공 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1일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범위제한으로 인한 한정' 의견을 받은 뒤 다음날 주식거래가 정지되고 25일에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신평사들은 '와치리스트(하향 검토 대상)'에 포함하며 신용등급 하향조정을 검토했다. 26일 주식거래가 재개됐지만 이날 하루에만 주가는 15% 가까이 폭락했다.


20년간 종목투자를 해온 A씨는 "아시아나항공 같은 코스피 대형주조차 회계법인의 한정 판단 하나에 주가가 하루에 15%씩 빠지면 사업보고서 제출 기간마다 적정이냐, 한정이냐를 따져봐야 한다"며 "기업 재무정보가 부족한 개인투자자들로서는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개인투자자 B씨도 "회계 이슈가 터질 때 아무래도 대형주보다는 코스닥 중소형주가 상장폐지될 확률이 크다는 사실은 분식회계 논란에 휘말렸던 삼성바이오로직스 만 봐도 알 수 있다"며 "회계 이슈만 떴다 하면 코스닥 주의보가 발령돼서 투자자 입장에서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찍히면 죽는다"…여의도 들었다놨다 '新외감법 패닉'

평소 회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기업에 대한 불신도 확산하고 있다. 투자자 C씨는 "기업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회계를 처리하는 것이 앞으로는 힘들어질 것"이라며 "앞으로는 회계 투명성을 투자 기준에 넣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어깨가 무거워진 회계사들도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감사인의 책임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대형 회계법인 소속의 한 회계사는 "조그만 오류도 용인되지 않는 분위기여서 올해 감사는 다른 때보다 훨씬 꼼꼼하게 들여다 보고 있다"면서 "그만큼 업무 강도도 높아졌다"고 전했다.

소위 '6+3제도'로 불리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확대돼 비(非) 4대법인 소속 회계사들의 경우 대형 회계법인에 일감을 빼앗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처지다. 표준감사 시간도 늘어나면 '표본감사'가 아니라 '전수감사'가 많아져 실수 한 번에 일감이 더 줄 수 있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모든 상장사와 소유·경영 미분리 비상장사들이 내년부터 감사인을 6년 동안 자유롭게 뽑고 그 뒤 3년간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하는 감사인을 뽑아야 하는 제도다. 비 4대법인은 물론 4대법인 일각에서도 코스피의 대형사 피감기업 측이 기존 감사인을 선호하는 만큼 감사 회계법인이 바뀌면 기존 실무자가 피감기업에 맞춰 이직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중소형 회계법인의 한 임원은 "단순히 감사시간이 늘었다고 전수감사가 활성화되면 감사 내용을 문서화하는 과정이 복잡해지는 것은 물론 한 번만 실수해도 부실감사 법인으로 낙인 찍힐 수 있어 부담스럽다"며 "시간을 채우고 싶으면 실수하지 말라는 뜻인데 내년부터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까지 시행되면 4대법인으로부터 일감을 지킬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신평사들도 피감 기업의 사업보고서 지연 증가 등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수백억~수천억원어치 이상 발행된 자산담보부증권(ABS)이나 회사채의 신용등급을 신속하게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항공권 판매수익을 기초자산으로 한 1조1328억원(지난해 말 기준) ABS를 발행했는데 신용등급이 한 단계라도 빠지면 즉시 상환할 수 있도록 특약을 걸어둔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올해는 신(新)외감법 적용으로 회계보고서 지연 및 감사의견 한정 사례가 늘 것으로 보여 예년보다 면밀히 기업을 점검하고 있다"며 "다음달 1일 사업보고서 제출 기간이 끝날 때까지 조사 기업 중 감사의견이 바뀌는 사례를 점검하는 등 사실상 비상근무 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3월 회계대란을 막기 위해선 감리 단계에 가기 전 조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소집하면 상장사협의회 등 피감기업 측, 회계법인과 학계 인사가 참석하는 기존 방식보다 기업이 먼저 당국에 토론을 요청하는 수준으로 상시 소통이 강화돼야 '3월 감사대란'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성표 한국회계학회장은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이 아니더라도 평소에 꾸준히 기업-회계법인-당국 간 상시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감리 이전 조사 단계에서 회계의 질을 높이기 위해 기업이 감사인과 당국이 납득할 정도로 회계 논리를 주도할 수 있도록 자체 회계 조직을 꾸리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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