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읽는 글로벌 뉴스]브렉시트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영국 의회가 결국 오는 29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시점을 최소 3개월 이상 연기하기로 했다. 2016년 6월 국민투표를 통해 EU 탈퇴를 결정한 지 약 2년10개월만에 다시 원점 가까이 돌아온 셈이다.
◆브렉시트, 어떻게 시작됐나=영국은 2016년 6월23일 브렉시트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전체 유권자 4650만 명 중 72.2%가 참가해 51.9%인 1740만명이 'EU 탈퇴'에, 48.1%인 1610만명이 'EU 잔류'에 표를 던졌다. 세계 5위 경제대국 영국이 EU에서 43년만의 탈퇴를 선언하면서 전 세계는 혼돈에 빠져들었다.
특히 이 같은 결과는 당시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사전에 명단을 확보한 투표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와 정반대로 나와 더욱 눈길을 끌었다. 주요 외신들은 영국인들이 브렉시트를 택한 주요 이유로 이민 억제, 주권 회복 등을 꼽았다. 연간 30조원에 육박하는 분담금을 내면서 EU의 각종 법규에 얽매여 있다는 불만감이 EU탈퇴진영에 힘을 보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독일, 프랑스 등과 함께 EU를 끌어온 경제대국이자 EU 국내총생산(GDP)의 18%를 차지하는 국가다.
EU 잔류진영을 이끌며 국민투표를 추진했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브렉시트 투표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당시 내각부 장관이었던 테리사 메이 총리가 이른바 '브렉시트 총리'로 협상을 이끌게 됐다.
◆리스본조약 50조 뭐기에=EU의 헌법격인 리스본조약 50조는 EU 탈퇴 시 회원국의 안정적인 탈퇴절차를 명시하고 있다. 2016년 6월 국민투표를 통해 EU 탈퇴를 결정한 영국은 2017년 3월29일 리스본조약 50조에 따라 EU에 탈퇴의사를 공식 통보했다. 영국은 통보일로부터 2년 후인 오는 29일 23시를 기준으로 자동으로 EU에서 탈퇴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EU와의 협상이 거듭 난항을 겪고 힘겹게 도출한 브렉시트 합의안마저 영국 의회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자, 영국 하원은 브렉시트를 불과 15일 앞둔 지난 14일 오후 리스본조약 50조에 따른 EU탈퇴시점 연기와 관련한 정부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표결 결과 찬성은 412표로 반대(202표)를 두 배 이상 웃돌았다.
◆영국 의원들은 왜 브렉시트 연기에 찬성했나=지난 14일 영국 하원이 압도적인 찬성을 표한 정부 결의안은 오는 20일을 데드라인으로 삼고, 브렉시트 합의안이 시한 내 통과되면 탈퇴시점을 6월30일로 3개월 늦추는 내용이 골자다. 데드라인을 넘어설 경우에는 연기기간이 더 길어지게 된다.
브렉시트를 둘러싸고 대립해온 하원 의원들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EU 탈퇴시점을 늦추기로 한 것은 아무런 완충장치없이 브렉시트 시점이 불과 2주 앞으로 닥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히는 노 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한층 커진 셈이다. 이날 투표에 앞서 하원은 지난 12일 2차 승인투표에서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부결시켰다. 또한 다음 날에는 EU를 탈퇴하는 이른바 노 딜(No Deal) 브렉시트도 거부키로 했다.
그간 브렉시트 연기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던 메이 총리로서도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한 후 관련 입법을 위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최소 3개월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EU도 동의할까=영국 정부는 다음 주 3차 승인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21~22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브렉시트 연기를 공식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을 제외한 EU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가 있어야만 브렉시트 시점을 늦출 수 있게 된다. 현지 언론들은 EU 역시 노 딜 브렉시트를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별다른 반발없이 연기 동의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U지도자들이 브렉시트 연기에 명확한 이유를 대야만 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 역시 엄포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앞서 EU는 영국 의회가 반발해 온 아일랜드 국경에서의 안전장치(backstop)와 관련해서도 메이 총리의 요청을 받아들여 영국이 일방적으로 안전장치를 종료할 수 있도록 법적 구속력이 있는 합의를 내놓기도 했다. 안전장치는 그간 양측 간 협상의 최대 쟁점이자, 합의안이 영국 의회에서 부결된 주된 이유다. 브렉시트 전환기간인 2020년 말까지 양측이 무역 등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임시적으로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보수당 강경 브렉시트파와 민주연합당(DUP) 등은 전환기간이 끝난 뒤에도 EU 관세동맹에 남을 수 있다고 반발해왔었다.
◆관건은 연기기간=이제 관건은 얼마나 브렉시트 시점이 연기되느냐다. 오는 20일까지 합의안이 의회 승인투표에서 가결된다면 브렉시트 시점을 6월30일까지 3개월간 늦추겠다는 게 영국 정부의 계획이다. 하지만 데드라인을 넘어설 경우에는 최소 1년에서 최장 21개월까지 탈퇴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이 잇따른다. 더욱이 EU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결국 정치적 결정인 셈이다.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부 장관은 지난 14일 "EU가 탈퇴시점을 장기간 미루는 방안을 요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EU의 한 당국자 역시 "도날트 투스크 EU정상회의 상임의장을 비롯한 EU 지도자들이 최소 1년 이상 연기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스크 의장은 지난 14일 하원 표결을 앞두고 자신의 트위터에 "EU 27개 회원국에 필요하다면 브렉시트를 장기간 연기하는 방안을 열어둘 것을 호소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연기 후 시나리오는=EU는 추가 협상은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지만, 재협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영국 언론들은 정부가 브렉시트 후 EU와 느슨한 자유무역지대를 형성하는 이른바 '노르웨이'식 모델을 EU측에 제안할 수 있다고 보도해왔다.
브렉시트 일정을 연기한 후 정부의 합의안이 우여곡절 끝에 통과되거나, 메이 총리가 불신임으로 낙마하거나, 조기총선이 실시되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영국 하원의원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조기총선 동의안에 찬성하거나, 불신임안이 하원을 통과한 뒤 14일 이내에 새로운 내각에 대한 신임안이 하원에서 의결되지 못하면 조기총선이 가능하다. 앞서 지난 1월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한 제1야당 노동당이 다시 한 번 불신임안을 제출할 수도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히는 노 딜, 브렉시트 결정을 번복할 수도 있는 제2 국민투표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가디언은 제2 국민투표를 실시하기 위해 최소 5개월이 소요된다며 이 또한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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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상황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영국을 제외한 EU정상회의의 최대 관심사는 브렉시트가 아닌 오는 5월 유럽의회 선거"라며 "탈퇴 시점을 늦춘다하더라도 EU로부터의 양보를 얻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영국이 탈퇴 시점을 길게 늦추게 될 경우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며 더 복잡한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협상 결과와 무관하게 다국적 기업의 이탈 등으로 영국 내 경기둔화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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