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시시비비] 파란 하늘을 돌려 달라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이탈리아의 하늘은 푸르디 푸르다. 바다 풍경을 찍으면 푸른 바다와 하늘이 동시에 찍혀 그 경계가 허물어진다. 그런 이탈리아에서 귀국한 게 지난달 18일. 인천공항에서 본 하늘은 뿌연 미세먼지로 가득 차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이후 6차례나 '안전안내문자'를 받았다.


"미세먼지 저감조치 시행. 외출자제. 마스크 착용 등 건강에 유의바랍니다."

환경부 문자가 5일에는 서울시로 바뀌었다. 내용은 비슷하다. 그러나 표현은 더 강제적이다.

"어린이, 노약자 등은 실외활동 금지."

삼한사미가 아니라 일한사미(하루 춥고 4일 미세먼지)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공기 질이 최악인데 정부가 하는 일이라고는 문자나 보내고 실외활동 금지를 명하는 것이다. 제주도까지 미세먼지가 뒤덮고 관측사상 최악의 미세먼지 농도를 기록했음에도 유체이탈화법이다. 설명과 대책은 없고 "나가 놀지 마라"는 게 전부다. 미세먼지 30%를 줄이겠다는 게 대선공약 아니었던가.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이 악화됐다면서 "발암물질 발견"이라고 국회에서 떠들던 환경단체들은 또 어디로 가 있는가. 초미세먼지는 1급 발암물질 아닌가.


도대체 이게 나라인가. 한국정부가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는 무능정부가 된 지는 오래된다. 미세먼지, 초미세먼지만 해도 해묵은 과제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보면 한국은 초미세먼지를 기준으로 공기질이 두 번째로 나쁜 나라다. 한국보다 더 나쁜 나라는 칠레밖에 없다. 영국, 일본, 프랑스 등과 비교하면 공기질이 두 배나 나쁘단다. OECD 국가 오염 상위 100개 도시 중 국내 도시가 44곳이나 포함돼있다.


적어도 지금은 나쁘지만 앞으로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없다. 공기질이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을 정부가 국민들에게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당장 좋아질 수는 없다. 그러나 '비상한 각오'를 보여주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데 그것도 없다. 예컨대 전국의 모든 공무원들이 차를 타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출퇴근하는 결기라도 보여야 하는데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만남은 입씨름으로 끝났다.

공기질 악화를 재난으로 규정하겠다고 하는데 재난으로 규정한다고 공기질이 좋아지지 않는다. 또 하나의 탁상공론일 뿐이다.

공기질뿐 아니다. 정부무능의 증거는 차고 넘친다. 매년 10조원씩 12년간 120조원이나 투자한 인구대책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OECD 국가 중 최초로 합계출산율이 1 이하로 떨어진 나라이다. 한국은 또한 OECD 국가 중 자살률 최고, 산업재해사망률 최고, 교통사고 사망률 최고다. 후진국 병이라고 하는 결핵환자발생률도 최고다. 노인빈곤율도 OECD 1위다.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한국은 선진국이 아니라 후진국인 것이다. 이 모든 문제가 적어도 10년, 20년 묵은 오래된 국가적 과제였지만 이제까지 어느 것 하나 해결하지 못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현 정부는 이 모든 문제가 이전 정부부터 지속된 오래된 문제라고 설명할 것이다. 이것도 스스로 무능하다고 자백하는 것과 다름없다. 과거 정부에서 벌어진 일이 현 정부에서 그대로 나타난다면 현 정부도 과거 정부와 똑같은 무능정부라는 말이다.


'국민에 대한 애정', 즉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자 하는 치열함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다산 정약용 선생은 목민관의 가장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로 '애민(愛民)'을 들었다. '좋은 정부'의 정의는 단 하나다. '애민'하는 정부, 즉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 정부다.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 과거 정부와 다른 정부라고 말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그 다름을 느끼지 못한다. 현재까지는 그렇다. 아직 3년이 더 남아있다. 임기 마지막 해에 국민들에게 파란 하늘 하나라도 돌려준다면 그때 가서 국민들이 다른 정부라고 칭송할 것이다.


강영철 한양대 특임교수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