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베트남식 개방하면 연 10조원 투자기회"

트럼프도 金에 결단 촉구 "베트남과 같은 번영 누릴 수 있다"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북한이 베트남식 개혁·개방모델을 택할 경우 연간 최대 90억달러(약 10조원) 규모의 투자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회담을 몇시간 앞둔 27일 북한이 비핵화한다면 매우 빠른 속도로 베트남과 같은 번영을 누릴 수 있다며 재차 결단을 촉구했다.

미 경제매체 CNBC 등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북한이 베트남식 전철을 밟아 점진적 개혁·개방에 나서게 되면 연간 투자기회는 90억달러, 소비증가 기회는 20억달러 상당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모건스탠리는 "북한의 근로연령대 인구인 1800만명 상당이 베트남보다 낮은 시간당 임금으로 아시아 생산공급망에 합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자유화된 북한은 러시아와 중국 등을 철도로 연결해 한반도에서 유럽까지 이어지는 무역 연결성을 향상시키는 미싱 링크(missing link)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트남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7.1%를 기록했다. 이는 10년래 최고 수준일뿐 아니라, 전 세계를 통틀어서도 고성장으로 꼽힌다. CNBC는 "특히 베트남은 미·중 무역전쟁의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자주 거론되고 있다"며 "세계 경제가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번성을 이어왔다"고 전했다.

이날부터 1박2일간 핵담판에 돌입하는 트럼프 대통령도 베트남의 경제성장을 강조하며 김 위원장에게 '베트남 모델'을 택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베트남은 지구상에서 흔치 않게 번영하고 있다"며 "북한도 비핵화한다면 매우 빨리 똑같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잠재력이 굉장하다(awesome)"며 "내 친구 김정은에게 있어서는 역사상 거의 어떤 곳에도 비견할 수 없는 훌륭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과거 적대관계에서 동반자 관계로 전환하고 시장경제를 개방하며 경제적 번영을 이룬 베트남의 예를 들며 북한의 비핵화 결단을 촉구한 것이다. 특히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무대가 베트남이라는 점에서도 그 의미는 크다. 주요 외신은 "트럼프가 비핵화 시 북한의 잠재력을 '굉장하다'고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베트남식 개혁·개방모델은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6·12 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북한에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아온 모델이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지난해 7월 3차 방북 이후 베트남을 들러 "김 위원장이 기회를 잡는다면 번영으로 가는 베트남의 길을 따라갈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CNBC는 젊은 노동인구, 낮은 임금 등을 기반으로 노동집약적 제조업에만 의존해왔다는 점을 베트남 경제의 약점으로 꼽았다. 이 매체는 일부 경제학자들이 생산성 향상, 기술 등이 뒷받침해주지 못할 경우 베트남 경제의 미래에 대한 우려를 제기해왔다고 덧붙였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