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지'는 서울대공원의 마지막 돌고래다. 태지라는 이름은 고향인 일본 다이지에서 따왔다고 한다. 19세로 추정되는 이 큰돌고래 종(種)의 수컷을 놓고 요즘 쉼터 조성 논란이 뜨겁다.


서울시는 지난 2017년 태지와 종이 다른 두 마리의 남방큰돌고래 금등과 대포를 제주 앞바다에 방류했다. 하지만 짝이 없고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태지는 제외됐다. 대신 제주의 돌고래쇼 업체인 퍼시픽랜드에 돌봄을 위탁했다. 애초 지난해 말 만료 예정이던 태지의 퍼시픽랜드 거주는 올 3월까지 미뤄진 상태다. 퍼시픽랜드를 놓고 "돌고래 불법 포획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곳에 맡겨선 안 된다"는 동물보호단체의 반대가 거셌지만 뚜렷한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매달 한 차례 서울대공원의 사육사를 제주에 파견해 태지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태지는 돌고래쇼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퍼시픽랜드로 보내졌다. 애초 울산 고래박물관이 최적의 대안으로 꼽혔지만 박물관 측이 인수를 거절했다.


태지의 운명은 가엾고 불쌍하다. 2008년 9월 서울대공원에 온 뒤 거의 매일 돌고래쇼를 하며 방문객을 맞았다. 하지만 동물보호·환경단체들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2012년 대공원의 돌고래쇼가 중단됐다. 함께 쇼를 하던 금등과 대포가 방류된 뒤 홀로 남은 태지는 급하게 숨을 몰아쉬는 등 이상행동을 보였다고 한다.

지금 상황에서 무조건적 방류는 태지를 합법적 고래 포획으로 내몰 가능성이 크고, 외국처럼 돌고래를 위한 대규모 바다쉼터 조성은 어업권 보상에만 수천억원이 들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태지를 오랜 기간 돌본 서울대공원의 사육사는 지금 머물고 있는 퍼시픽랜드를 태지가 여생을 보낼 최적의 장소로 꼽았다고 한다. 문제는 명분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주말 "서울에서 개 도축장을 완전히 없애겠다"고 언급해 개식용 논란에 다시 불울 붙였다. 유기견을 다룬 영화 관람 뒤 나온 이 발언에 육견업계는 "극소수 개 도축장의 불법을 전체로 확대해 매도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를 두고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들이 1000만 '펫팸'족의 표심잡기에 나섰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동물복지는 그만큼 주요한 정치 이슈로 떠올랐다.


태지는 과연 어디에 살고 싶을까. 수명이 불과 5~6년 남은 태지가 말을 할 수 있다면 명쾌하게 답할 수 있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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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적인 성과와 명분을 버리고 순리대로 따라가면 답이 있을 것이다. 최근 광화문 광장 재조성과 을지로 노포(老鋪) 철거 번복 등을 놓고 잇따라 불협화음이 불거진 것도 잠시 이런 순리에서 벗어난 탓이 아닐까.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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