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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11℃ 한파·최악 실업률 속에서도 취업준비생은 '얼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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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하 10도 한파주의보에도
노량진·강남 수험생들 손마다 아이스 커피
더 좁아진 취업 문…지난해 청년 확장실업률 '22.8%'
수험생 "시험 준비에 지친 스스로 깨어있기 위함"

노량진의 한 학원에서 공부하며 법원직 공무원을 준비 중인 진성남(25)씨는 8일 영하 10도의 날씨에서도 잠을 쫓고자 아이스 커피를 마셨다.

노량진의 한 학원에서 공부하며 법원직 공무원을 준비 중인 진성남(25)씨는 8일 영하 10도의 날씨에서도 잠을 쫓고자 아이스 커피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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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이춘희 수습기자] 8일 오전 7시 서울시 영등포구 노량진 일대. 영하 11도를 가리킨 날씨 속에서 수험생·취업준비생들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등 얼음 음료를 마셨다. 롱패딩과 목도리로 강추위에 중무장을 했으면서도 얼음 음료를 든 풍경은 이채롭다. 한파주의보에도 이른바 '얼죽아(얼어죽어도 아이스 커피)'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법원직 공무원을 준비중인 진성남씨(25)는 "학원 내에서는 히터를 세게 가동해 이른 아침 잠이 올 때가 많다"며 "날씨가 춥긴 하지만 잠을 쫓고자 아이스 커피를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의 체감온도가 영하 14도까지 떨어지는 등 전국적으로 매서운 한파가 찾아왔다. 아침 기온은 전날보다 10도 이상 떨어진 곳이 많고 대부분 지역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다. 서울지역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지기는 지난해 12월30일 이후 39일만이다. 이같은 강추위 속에 수험생들이 각성제처럼 아이스 커피를 찾는 이유는 더욱 좁아진 '취업 문턱' 탓이다. 지난해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9.5%로 전년 대비 0.3%포인트 하락했지만 취업준비생 등을 포함한 '사실상 실업자'를 보여주는 '청년 확장실업률'은 지난해 22.8%로 조사됐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5년 이후 가장 높았다.

8일 오전 노량진 학원가 일대 모습.

8일 오전 노량진 학원가 일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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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속에 아이스 커피를 든 이들 대부분은 공부와 취업준비에 매진하기 위해 이미 지난 설 연휴를 반납했다. 진씨는 "설 연휴에도 학원에 나와서 공부했다"며 "취업 문이 갈수록 좁아지는데 공무원 준비 2년차인 올해는 꼭 합격하고 싶다"고 말했다. 중·고등학교 교사 임용시험을 준비 중인 박혜민(26)씨는 "올해 4년째 임용을 준비 중"이라며 "오랜기간 시험을 준비중인 학생들이 아이스 커피를 고수하는 것은 지쳐가는 스스로를 깨우기 위함이 아닐까 한다"라고 밝혔다.

노량진 학원가 인근에서 소규모 커피 매장 '꼴딱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추운 날씨에도 학생들이 얼음 음료 주문을 많이 한다"면서도 "정부가 공무원을 뽑는 인원을 늘렸지만 인터넷 강의 등이 보편화되면서 노량진을 찾는 수험생은 오히려 많이 줄어들었다. 올해 최저임금이 올라 아르바이트생 쓰기도 쉽지 않고…. 노량진 상권은 올 겨울이 유난히 춥다"고 밝혔다.


강남 학원가 풍경도 노량진과 다르지 않았다. 이날 오전 7시30분 서울시 강남구 강남역 일대는 클럽에서 밤새 즐기고 나온 이들과 영어 단어장을 넘기며 발걸음을 재촉하는 취업준비생들이 교차했다. 이 일대는 토익 등 취업준비를 위한 영어 학원이 밀집해 있다. 취업준비생들은 조금이라도 좋은 자리에 앉기 위해서 수업 시작 30분전부터 줄을 섰다.


강남역 일대의 한 영어 학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는 모습

강남역 일대의 한 영어 학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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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씨 탓에 오랜만에 롱패딩을 꺼냈다는 김지희(26)씨는 수업이 오전 10시지만 자습을 하고자 이른 아침 학원을 찾았다. 김씨는 "전북 군산이 고향인데 설날 당일에만 학원이 쉬어서 귀향을 포기했다"며 "사기업을 준비중인데 선배들에 비해서 유독 취업이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취업준비생 이우열(27)씨는 "올해 상반기 공채에 맞춰서 토익 점수 올리고자 학원을 찾았다"며 "학교 도서관 이용을 위해 겨울 졸업까지 유예했는데 올해 상반기엔 꼭 합격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이춘희 수습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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