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 가격 정상화 반대 측의 주요 논거는 '세금 폭탄'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공시 가격 30억원짜리 주택을 소유한 은퇴 노부부의 재산세 30만원, 건강보험료 월 6만원 인상을 걱정한다. 공시 가격 30억원 단독주택의 시세는 최소 50억원 이상이다. 이러한 이들의 연 100만원 세금 인상을 걱정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필자가 세상 물정 모르고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인가 하는 착각마저 든다. 청년들은 월 50만원짜리 월세를 내지 못해 주거 난민으로 몰리고 있는데 말이다.
설령 2억~3억원 수준의 단독주택이라고 해도 시세의 80% 수준의 공시 가격이 돼야 함은 당연하다. 2005년 주택 공시 가격 제도 도입 이후 13년간 2억~3억원 아파트를 소유한 서민 은퇴 노부부들은 시세의 70~80%를 기준으로 세금과 건강보험료 등을 납부해왔다. 13년간 아파트를 보유한 서민 중산층이 재벌 회장 등 다른 부동산을 보유한 이들보다 2배의 세금을 내고 있는 것이다. 5억원 아파트를 보유한 은퇴 노부부와 5억원 단독주택을 보유한 은퇴 노부부 간 재산 평가와 세금이 달라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부동산 공시가격 제도는 토지공개념의 뿌리이자 소유 편중 해소를 위한 중요한 제도다. 그간 불공평한 공시 가격 제도로 고가 단독주택과 토지를 보유한 부동산 부자와 재벌 대기업은 막대한 세금 특혜를 누려왔다.
일반 서민들이 거주하는 중저가(공시 가격 기준 5억원 이하) 단독주택은 일부 표본 조사 결과 1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집값 상승과 턱없이 낮았던 시세 반영률 정상화를 감안할 때 그 상승률이 결코 높지 않다. 공시 가격 기준 5억원은 실제로는 8억원 수준의 단독주택이다. 실거래가 5억원, 공시가격 3억원 수준의 단독주택 상승률은 더욱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투기와 사재기를 통한 자산 불평등 심화 현상의 핵심 원인은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낮게 조작돼온 공시지가와 공시 가격이다. 계속해서 이런 문제를 방치해서는 '부동산 공화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결코 바꿀 수 없다. 너나 할 것 없이 노동보다는 부동산 투기에 올인하는 사회를 원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올해로 토지공개념이 도입된 지 30년이다. 진정한 토지공개념 실현에 문재인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ㆍ국책사업감시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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