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씹고 그리워하라…‘퇴사 유튜버’가 사는 법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유튜브의 시대다. 정치와 음악, 스포츠와 음식, 뷰티와 게임 등 인간사의 모든 콘텐츠들이 용광로가 돼 흐르고 있는 이 거대 동영상 플랫폼은 우리의 삶 깊숙이 자리잡았다. 지하철과 버스의 출퇴근길 직장인·학생, 막 말 문이 트인 어린이들의 손마다 쥐어진 스마트폰에는 ‘당신의(You) 텔레비전(Tube·음극선관, TV의 속칭)’, 유튜브가 나온다.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소식들이 신문이나 TV가 아니라 유튜브를 통해 먼저 알려지는 것은 당연하다.
연말과 연초를 떠들썩하게 했던 기획재정부 사무관 출신 신재민씨의 입도 유튜브였다. 청와대의 민간기업 인사개입 의혹, 적자 국채발행 압력 등 가볍지 않은 사안을 폭로하면서도 신씨는 여느 유튜버들처럼 밝고 경쾌했다. 브이로그(VLOG·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영상)를 찍듯 소소한 일상을 얘기하며 폭로를 이어갔다. 그러면서도 신씨는 정부와 공무원 조직의 경직성에 대한 비판은 잊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정권이 아닌 시스템이고, 그 속에 일하는 한명 한명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저처럼 절망하는 공무원이 더는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열흘만에 약 46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올린 그의 영상들에는 ‘전업 유튜버로 나서달라’는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신씨와 같은 퇴사자들이 유튜브를 찾고 있다. 기성조직의 경직성에 갈증을 느낀 2030세대들이 유튜브를 통해 자유를 찾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끌려다니는 삶을 거부하고 카메라 앞에 섰다. 유튜브는 ‘게이트키핑’을 거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주장을 원하는 수준에서 편집해 전달할 수 있는 매체다. 게이트키핑은 뉴스의 원천이 되는 사실과 정보가 기사 작성자나 편집자에 의해 여과되는 과정을 일컫는다. 직장 내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에게 유튜브는 신세계가 될 수 있을까.
대학 교직원과 대기업을 경험한 유튜버 ‘김성훈남’은 “회사에 다닐 때는 출근하는 그 순간이 싫었다. 회사를 생각하면 숨이 막히는 것 같았고,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산소가 점점 없어지는 느낌이었다”라며 “하지만 지금은 내가 원하는 하루하루에 성취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럴 때 퇴사를 잘했다는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퇴사 유튜버 선민은 “모든 일이 다 스트레스가 있다면 회사 스트레스를 감당하기보다는 미래를 준비하면서 느끼는 스트레스를 감당하겠다”라며 “어차피 모든 일이 힘들다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도 하면서 힘들어야 억울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퇴사자들이 유튜브로 모여드는 또 다른 이유는 일정한 수입을 보장해 줄 수 있는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광고료로만 한달에 수백, 수천만원을 버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지난해 3월 만 15~60살 남녀 1000명의 모바일 서비스 이용형태를 조사한 설문조사를 보면, ‘모바일 동영상 시청 시 유튜브 앱을 이용한다’고 답한 비율이 30대 77.3%, 40대 77.4%, 50대 79.1%에 이르렀다. 교육부와 한국직업개발연구원이 지난 연말 발표한 조사에 의하면 ‘유튜버’라는 신종 직업은 운동선수, 교사, 의사, 조리사 등의 전통적인 직업에 이어 초등학생들이 희망하는 직업 5위에 당당히 올랐다.
하지만 퇴사 유튜버들이 모두 성공하지는 않는다. 일정 수입을 위해서 구독자를 확보하기 까지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영상 한두개로 수십만 구독자를 확보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수십, 수백개의 영상을 올려야 구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 이들은 기존 직업을 통해 얻은 전문지식을 활용하거나 취미를 더욱 파고든다. 일상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브이로그도 대세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텀블러에 담아 입 대고 마셨는데…24시간 지난 후...
김성훈남씨는 “채널 초기에 유튜브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한달 광고료 5만원 정도에 불과했다”며 “몇개월 동안 알바를 두개나 하면서 서너 시간 자면서 영상찍고 편집해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육체적으로는 피곤했지만 성취감이나 뿌듯함이 있었다. 주체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고 따뜻한 공감과 위로를 주는 일을 할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퇴사 유튜버는 “연봉 5000만원을 꾸준히 받을 수 있던 예전 직장이 그립기도 하다”라며 “영상 수십개를 업로드했지만 원했던 것처럼 열심히 일한다 해도 드라마처럼 결과가 맺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깨닫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퇴사 후 유튜버를 꿈꾸는 이들에게 “분명한 자기 콘텐츠와 방향을 설정하고 도전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