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잣집·비닐하우스·움막 등 주거환경 열악한 非주택 거주자 여전
"주거, 양적공급 넘어 질적향상 도모해야"..정부, 주택 이외 거처 현황파악


[주거양극화②]"주택이 아닌 곳에도 사람이 산다"..파악 나선 정부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국민은 (중략) 물리적ㆍ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를 갖는다."(주거기본법 2조, 주거권)


정부가 주기적으로 하는 인구총조사나 주거실태조사에는 국민 전반의 주거현황과 관련한 내용이 담겨 있다. 자가 혹은 임대여부를 비롯해 주택유형별, 거주기간, 만족도 등을 각 지역별, 연령별, 소득수준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살펴볼 수 있다. 꽤 촘촘한 통계지만 기본적으로 '주택'을 기반으로 작성된 탓에 주택이 아닌 곳에 사는 가구에 대해선 허점이 많다.

주택이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집인데 정부 통계에 잡히기 위해선 일정한 물리적 요건을 갖춰야 한다. 영구 또는 준영구 건물에 한 개 이상의 방과 부엌, 독립된 출입구, 소유 또는 매매의 한 단위여야 한다. 단독주택이나 아파트, 연립ㆍ다세대를 비롯해 비거주용 건물 내 주택도 해당된다.


주택 이외 거처라는 개념이 있다. 주택여건을 갖추지 않았거나 못했지만 사람이 사는 공간이란 뜻이다. 호텔ㆍ여관 등 숙박업소 객실을 비롯해 기숙사 같은 특수사회시설, 오피스텔이 여기 해당된다. 주거환경이 열악한 판잣집이나 비닐하우스, 움막도 이 범주에 들어간다. 업소에서 잠만 자는 방이나 건설공사장의 임시막자, 임시구조물도 포함된다.


정부 통계에서 주택 이외 거처를 따로 살피기도 하지만 전반적인 수준에서만 다루고 있어 구체적으로 주거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에 대해선 제대로 파악돼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과거 최저주거기준이 최소한의 삶을 위한 마지노선 개념이었다면, 2015년 제정된 주거기본법은 그보다 한발 더 나아간 유도주거기준을 제시한다. 국민 개개인의 주거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유도해야 한다는, 일종의 목표치인 셈이다.


서울 서초구 무허가판잣집이 몰려있는 성뒤마을을 둘러보고 있는 조은희 서초구청장(오른쪽).

서울 서초구 무허가판잣집이 몰려있는 성뒤마을을 둘러보고 있는 조은희 서초구청장(오른쪽).

원본보기 아이콘


주택보급률이 이미 수년 전 100%를 넘어서는 등 주택의 양적 공급보다는 질적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데 따른 움직임이다. 그러나 현실에선 여전히 반지하나 옥탑방, 혹은 판잣집ㆍ비닐하우스 같은 주택 이외 거처가 여전하다. 서울 강남권 등 일부 지역에선 첨단 기술을 접목하고 고가의 자재를 쓰는 초고가 아파트가 생겨나고 있는 한편엔 열악한 주거환경에 놓인 이가 상당수란 얘기다.


기초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항상 집값 수위에 있는 서울 강남구나 서초구는 역설적으로 판잣집, 비닐하우스가 가장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 내 주택 이외 거처 가운데 판잣집ㆍ비닐하우스가 총 2279가구며 이중 강남ㆍ서초구에만 1500여가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가구 가운데 6~7가구가 서울 강남권에 몰려있는 셈이다.


정부가 2년 단위로 하는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주택 이외 거처 가구비율은 2006년 1.3%에서 지난해 3.7%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늘어난 가구 가운데 대부분은 오피스텔로 보인다. 최근 들어 아파트를 대신할 주거용 오피스텔을 찾는 이가 늘면서 공급도 증가했다. 사회보장위원회에 따르면 판잣집ㆍ비닐하우스나 숙박업소 객실 등 주거취약계층은 36만여가구로 주택 이외 거처 가구 가운데 절반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보다는 나아졌다곤하나 재개발 등 정비사업, 개발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더라도 주거비 부담이 급격히 늘면서 더 나은 주거여건을 갖추기 힘들어진 영향도 있다.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고 주거급여를 지급하는 등 주거복지의 양적ㆍ질적 수준은 나아졌으나 주택 이외 거처 가구 등 '사각지대'가 여전한 만큼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현황파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AD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 이외 거처에 대한 통계작성이 국가통계로 승인이 났다. 한국토지주택공사 토지주택연구원(LHI)에서 최근 조사를 마쳤으며 내년 상반기 중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 역시 최근 관내 비닐하우스 거주가구를 전수조사하는 등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적극 나서고 있다.


진미윤 LHI 연구위원은 "외국과 달리 물리적 조건을 갖춘 주택에 국한해 현황파악에 주력한 반면 주택 이외 거처에 대해선 제대로 된 이면을 파악하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라며 "어떤 방식으로, 어느 계층에 복지가 필요한지 보다 면밀히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