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평창, 북핵 대화 해결 적기 판단’ 선제 제안
‘한미군사훈련 연기’ 카드…‘한반도 운전대’ 잡아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이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기’ 카드를 전격적으로 꺼내든 것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한반도 안보위기를 해소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취임 초 약속대로 한반도 문제의 운전대를 다시 잡으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논의 과정을 보면 문 대통령이 한미군사훈련 연기를 먼저 미국 측에 제안했고, 이를 미국 측이 받아들인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미국 NBC와의 인터뷰에서 키리졸브 등 한미군사훈련을 평창올림픽 이후로 연기하는 방안을 미국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해당 내용이 전해지자 한미연합사령부도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지난주 중국 국빈방문을 마치고 온 문 대통은 공식회의에서 "(지난 7개월 동안)정부 초기 무너지거나 헝클어진 외교 공백을 메우는 등 시급한 과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고 수차례 자평했다. 문 대통령은 ‘홀대론’을 자초하면서 방중을 강행, 연내 외교 정상화를 마무리한 만큼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북한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의지로도 보인다.
공을 넘겨 받은 북한도 긍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핵 개발이 완성 단계에 이른 데다 국제 사회의 제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내년 초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은 꾸준히 나왔다. 문 대통령이 한미군사훈련을 연기하며 대화에 나설 멍석을 깔아준 셈이다.
최근 북한이 유엔(UN), 국제올림픽위원회(IOC)등 국제기구와 능동적으로 접근하는 동향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싣는다. 손기웅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이 외부적으로 경제난을 극복하려는 상황 속에서 평창올림픽을 통해 극적인 평화공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을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에서 최휘 당 부위원장으로 교체한 것과 관련,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최룡해는 북한 권력서열에서 너무 중량감이 커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최휘의 경우) 서로 접촉하거나 평창올림픽과 관련된 교섭 창구를 진행할 때 정치적 부담이 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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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북한의 태도 변화는 비핵화에 대한 의지의 표명이기보다 전술적 차원에서 대화 제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 신년사에서는 '핵무력 완성' 선포를 계기로 국면전환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평창올림픽 참가 여부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태도를 견지해 몸값을 올리면서 미국의 태도 등 한반도 정세를 주시하다가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국제사회는 북한을 더 빠르게 대화의 장으로 이끌기 위해 제재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은 지난주 중국에 더 강력한 대북 제재를 요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초안을 전달했다. 여기에는 현재 북한을 연간 200만 배럴로 제한한 석유 정제품 공급을 더 줄이고 제재 대상 선박을 추가하는 등의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이설 기자 sse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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