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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취감형 폐지 청원 20만 명 넘어…조두순·김수철·오원춘 등 ‘만취’주장, 미국서는 바로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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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만취를 이유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김수철 “나는 맥주를 마시면 성욕을 느낀다. 술이 원수다”
김길태 “술에 취해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피해자 죽어있었다”
오원춘 “난 술을 즐기고 범행 날도 술을 먹고 외로움을 느꼈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음주상태의 ‘심신미약’이라는 이유로 범죄인의 처벌을 줄여줄 수 있도록 한 법 조항을 고쳐달라는 청원이 서명자 20만 명을 넘어 청와대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앞서 법원은 ‘조두순 사건’의 경우 음주에 따른 심신미약을 인정, 형량을 감경해 국민적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이후 국회는 이른바 ‘음주 감경’ 기준을 강화했지만, 이 청원에 따르면 미국 등 선진국과 같이 아예 감형 여지를 없애고 원칙적으로 처벌을 촉구하고 있어 법조계와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청원자는 ‘주취 감형 폐지 건의’라는 글을 통해 “주취 감형으로 인해 조두순이 15년 형에서 12년 형으로 단축됐다”며 “술을 먹고 범행을 한다고 똑같은 범죄를 저질렀는데도 봐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범행 시 음주 상태였음을 입증하기 힘들다’, ‘형법을 무시하는 행위가 증가한다’, ‘선진국은 음주에 대한 제재가 많이 존재한다’ 고 강조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 캡처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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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자가 언급한 ‘주취 감형’은 형법 10조(심신장애인) 2항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이 조문을 근거로 심신장애인 요건에 대해 술에 취해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도 사안에 따라 심신미약 상태로 판단할 수 있다. 만취 상태서 범죄를 저질렀다면 심신미약 상태로 볼 수 있어 형의 감경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감 중인 조두순/사진=청송교도소 CCTV 캡처

수감 중인 조두순/사진=청송교도소 CC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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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면수심 범죄자…입 맞춘 듯 ‘범행 당시 음주’ 상태 주장

청원자가 글에서 언급한 2008년에 발생한 ‘조두순 사건’의 경우 등교 중이던 8세 여아를 인근의 교회 회장실로 끌고 가 목 졸라 기절시키고 성폭행했다. 당시 피해 아동은 이 사건으로 생식기와 항문, 대장의 80%가 소실되는 고통을 겪었지만 정작 조두순은 징역 12년, 정보공개 5년, 전자발찌 착용 7년의 확정판결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됐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조두순이 만취 상태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인정하여, ‘심신미약’을 사유로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당시 조두순은 재판부에 “만취를 이유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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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발생한 잔혹한 범죄 사건에서도 흉악범들은 재판부에 조두순이 주장한 ‘범행 당시 음주’라는 주장을 했다. 2010년 서울에서 학교에 침입해 초등학생을 납치한 뒤 성폭행한 김수철의 경우 “나는 맥주를 마시면 성욕을 느낀다.(범행 당시에도) 술에 취해 경황이 없었다. 술이 원수다”라고 진술했다.

또 같은 해 부산에서 여중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김길태의 경우 “평소 주량은 소주 1병인데 범행 당시에는 소주 3~4병을 마셨다. 술에 취해 있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고 정신을 차려보니 피해자가 죽어있었다”라고 진술했다.

오원춘/사진=연합뉴스

오원춘/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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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2011년 4월, 수원에서 길 가던 20대 여성을 납치해 성폭행을 시도하려다가 안 되자 살해한 오원춘의 경우 역시 “난 술을 즐기고 범행 날도 술을 먹고 외로움을 느끼다가 멀리서 피해자가 걸어오는 것을 보고 (숨어 있다가) 일부러 넘어뜨렸다”라고 진술한 바 있다.

◆성범죄자 ‘음주 감경’ 특례법, 재판부 재량이라 강제성 없어…30대 성폭행범 집행유예

조두순 사건 당시 시민들은 음주 상태에서 성 범죄시 가중 처벌하라며 서울 시청 광장 등에서 촛불집회를 열었고 논란이 지속하자 2010년 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범죄 특례법)이 제정되었다. 이후 2012년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강간, 주취 폭력, 살인, 절도 등 취중상태 범죄에 대한 감형 기준을 강화했다. 또 국회는 2013년 성폭력 특례법을 개정해 성범죄에서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범죄를 한 경우 형법상 감경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특별법의 양형 기준은 재판부 재량에 맡기는 형식이기 때문에 강제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원/사진=연합뉴스

법원/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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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2015년 10월30일 술에 취해 흉기로 아내를 협박하고 성폭행한 40대 남성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당시 재판부는 “술을 마시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을 참작했다”며 이 남성에게 40시간씩 성폭력과 알코올 치료 수강을 받으라고 명령했다.

같은 해 6월 옛 직장동료의 여자 친구를 성폭행한 30대 남성 또한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이 남성은 술을 마신 뒤 모텔 옆방에서 자고 있던 직장동료의 여자 친구를 자신의 객실로 유인해 성폭행했지만, 당시 재판부는 ‘술에 취한 상태였으며 후회하고 있다는 점’ 을 참작해 이 남성은 실형을 면했다.

또 2014년 12월 애인의 딸을 10시간 동안 감금하고 성폭행한 남성이 음주 상태였으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이 가운데 경찰청이 발간한 ‘2016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살인 및 살인 미수범 995명 가운데 390명(39.2%)이 음주 상태에서 범행했다. 성폭행 범죄는 6427명 중 1858명(28.9%)이 술에 취한 상태였다. 형법 제10조 등 법리적으로만 보면 모두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의 상태로 가해자인 피고 측에서 재판부에 다퉈볼 수 여지가 있는 셈이다.

한편 미국과 영국은 스스로 만취해 저지른 범행은 원칙적으로 감경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국가들은 판례상으로도 ‘주취는 범죄의 변명이 될 수 없다(Drunkness is no excuse for crime)’는 원칙이 있을 정도다.

또 독일·스위스 등은 만취 우발 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명정죄’라는 규정을 따로 두고 있다. 독일의 경우 명정죄를 저지르면 징역 5년 이하에 처한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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