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방직 르포]"주주는 회사의 적이 아니다"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주주와 회사는 한 식구지. 주주가 회사의 적이야?" 대한방직 임시주주총회에 참여한 최모씨(50·인천)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돼 있었다. 대한방직 주가가 내려도 팔지 않겠다고 했다. 그저 내리는 이유라도 알고 싶어 휴가를 썼다고 토로했다. 오전 11시30분부터 5시간 넘게 회사 측이 제공한 빵 하나와 우유만 먹으며 결과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대한방직은 29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었다. 주식분할을 위한 정관 변경과 사내·사외이사, 감사 선임을 위해서다. 다섯 시간 넘게 이사와 감사 선임을 둘러싼 투표가 진행됐다. 소액주주들이 마련된 자리를 가득 메웠다.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방문자의 출입은 엄격히 제한됐다.
이날 소액주주들의 관심은 감사 선임에 집중됐다. 주주 추천 인사와 사측 추천 인사 가운데 누가 신임 감사가 되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대한방직에 10년 넘게 투자했다는 직장인 김모씨(59)는 "사외이사는 몰라도 감사만큼은 소액주주들이 추천한 사람이 뽑힐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사 선임 투표가 끝난 오후 4시15분께 복도로 나오는 투자자들이 늘어났다. 주위를 살피며 10분 넘게 여러 번 전화기를 들었다 놓는 소액주주가 있는가 하면 휴대폰을 꼭 쥐고 5분 넘게 말없이 고개를 숙인 채 문자를 주고받는 소액주주도 보였다.
2012년부터 대한방직에 투자했다는 서모씨(52)는 "2012년에도, 지난 3월에도 소액주주들이 제안한 감사 선임이 부결되는 모습을 지켜봤다"며 "대주주의 전횡을 감시하기 위해 이번만큼은 소액주주 추천 인사가 감사에 선임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윽고 침묵 속에서 각자의 휴대폰에 집중하던 소액주주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오후 4시55분께 소액주주 20여 명이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2분 뒤 박수 소리가 들렸다. 주주들이 제안한 인사 두 사람이 감사로 선임됐단 소식이 전해졌다. 30대로 보이는 두 남성은 이를 보이며 미소지은 채 회의장을 떠났다.
이날 이사와 감사 선임 투표는 사측과 주주측이 추천한 감표인과 변호사가 위임장을 꼼꼼히 따지며 진행됐다. 다섯 후보 중 사측이 추천한 조병재, 김한상 후보가 사내이사로 신규선임됐다. 두 후보 모두 득표율 56.6%를 거뒀다. 이들은 설범 회장, 김인호 부사장 등 기존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2명과 함께 이사진을 꾸리게 됐다.
감사로는 세 후보 중 주주측 박기대, 정경근 후보가 각각 득표율 51.3%, 51.7%로 신규선임됐다. 박 후보는 상근감사, 정 후보는 비상근감사가 됐다.
이번 감사 선임으로 소액주주들의 이사회 감시·견제 권한이 한층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감사는 회계장부 등을 검토하며 이사의 업무집행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
이날 선임된 신규 이사는 투표 결과에 대해 "지금은 대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식 분할을 위한 정관은 원안대로 승인됐다.
이날 총회에서 대주주측이 지난 20일 신명철 임시대표가 금융감독원에 정정공시한 참고서류 전달 과정을 문제 삼았다고 알려졌다. 정정공시 다음 날 위임장이 주주들에게 전송됐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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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들은 이날 총회에서 설 회장의 15억원 규모 횡령 피소 혐의에 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방직은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설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횡령) 혐의로 기소했다고 지난 6일 공시했다.
총회가 끝나고 퇴장하던 한 소액주주는 "설 회장의 횡령 건에 대한 논의보다는 감사 선임에 주주들의 관심이 쏠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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