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 나를 못 쓰게 하는 남의 이야기 셋/김민정
훔치고 싶은 이야기
이중섭이 일본에 있는 부인을 몹시 그리워하기에 김중업이 국제전화를 주선해 주었다. 그의 제자 중 전화국에 취직한 사람이 있었는데 제자에게 거듭 부탁해 겨우 삼 분을 얻었다. 그도 가난해서 국제전화비를 내줄 형편이 못 되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밤늦게 전화국 국제전화 박스에 들어갔다. 일본에 있는 이중섭 부인과 통화가 되었다. "모시모시" 이중섭은 부인의 목소리가 울려오는데도 계속 "모시모시"만 되풀이했다. 너무 기뻐서 할 말을 잃었던 것이다. 이중섭은 그 귀중한 삼 분 간을 모시모시만 하다가 전화를 끊어야 했다. 그는 함께 밖으로 나와 이중섭을 한 대 쳤다.
"어찌나 화가 나던지."
돈이 좀 드는 이야기
보리굴비 스무 마리야.
어머니랑 맛있게 물 말아서 먹어.
부담 안 가져도 돼.
걔한테도 스무 마리 보냈어.
비싼 거야.
비쌀 거야.
그래도 먹는 건 안 비싸.
그래도 고양이는 주지 마.
버릇은 비싸.
버릇 들면 비싸져.
드라마 보다 자막에 밑줄 그은 이야기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에서 김영옥 할머니가
다리 저는 아들이 밤낮 결혼시켜 달라고 조르니까
이렇게 말했다.
야, 이 미친놈아
밭일은 안 하고 밤일만 생각하는 새끼야.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상장 첫날 70% 폭등 "엔비디아 독주 끝나나"…AI ...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에서 이순재 할아버지가
택시로 함께 드라이브 나선 강부자 할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창밖 사람 구경혀.
어차피 평생 모르고 살다 갈 사람들이야.
■내가 좋아하는 시인은 시적인 순간을 잘 집어내는 사람이다. 김민정 시인은 그런 시인이다. 물론 '시적인 순간' 혹은 '시적인 것'의 양태는 시인마다 독자마다 다 다를 것이다. 김민정 시인의 놀라운 점은 일견 범속해 보이거나 심지어는 경박해 보이는 대상에서도 우리를 흔들리게 하는 무언가를 발견해 낸다는 것이다. 김민정 시인, 그녀는, 내가 생각하기에 이 세상의 곳곳에 굴러다니는 시들을 우리에게 인도하는 시인이다. 그런 만큼 김민정 시인은 그녀의 시집 제목의 일부를 따 와 말하자면 잘 '느끼는' 사람이다. 나는 사람들이 서로를 잘 느꼈으면 좋겠다. 우는 사람의 손을 잡고 대성통곡을 하고, 기뻐하는 사람 곁에서 춤을 추고, 토닥이면서 끌어안으면서 서로 보듬고 살았으면 좋겠다. 매순간 시처럼 살았으면 좋겠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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