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019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에 위원회 구성 내용 담겨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미국 의회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 전자기파(EMP) 위원회를 부활시킬 태세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최근 미 상하원이 합의한 2018~2019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에 EMP 위원회 구성 내용도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상하원 군사위원회가 각각 6명, 총 12명을 EMP 위원으로 임명하고 EMP 공격 위협을 평가해 의회에 보고하도록 못 박은 내용이다. 의회는 위원회 구성에 예산 300만달러(약 32억5000만원) 집행을 허용했다.


EMP 위원회 부활이 확정될 경우 위원회는 향후 20년간 미국에 가해질 수 있는 EMP 공격이나 유사 형태의 공격 가능성을 평가하고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게다가 EMP 공격 위협에 대한 평가 및 대비 전략이 구체적으로 담긴 최종 보고서를 국방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위원회 활동은 국방장관의 보고서 검토가 끝난 지 3개월 뒤 종료된다.


EMP 공격은 전기ㆍ전자 기기가 망가질 만큼 매우 강력한 전자기파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백㎞ 상공에서 핵폭탄을 터뜨릴 경우 즉각적인 인명 피해는 없으나 순간적으로 엄청난 강도의 전자기파가 발생해 넓은 지역에 전자기기 파괴, 정전, 통신두절 같은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월 30일 해체된 EMP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북한의 위성 핵탄두 한 발이면 미 국가전력망과 핵심 기간시설들이 1년 이상 마비돼 미국인 10명 가운데 9명은 기아ㆍ질병ㆍ사회붕괴 때문에 목숨을 잃을 것으로 추산했다.


EMP 위원회가 처음 결성된 것은 2000년이다. 저명한 과학자, 공학자, 보안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는 지난 17년간 무보수로 연구하는 가운데 자국의 전력망과 원자력발전소뿐 아니라 연방정부도 EMP 공격에 매우 취약하다며 대비를 촉구해왔다.


하지만 그동안 미 의회와 학계에서는 EMP 공격 위협이 종말론적 사고로 허황됐다는 여론에 밀려 EMP 위원회의 주장을 주목하지 않았다. EMP 위원회가 의회로부터 인준 받지 못해 예산이 고갈된 나머지 지난 9월 30일 해체된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그러던 중 의회가 EMP 위원회 부활을 고려하게 된 것은 북한이 EMP 공격 가능성에 대해 직접 언급하고 미국의 전현직 고위 관리 및 핵과학자가 잇따라 경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9월 3일 6차 핵실험 이후 "수소폭탄으로 EMP 공격을 가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같은 달 20일 존 하이트 미 전략사령관은 "EMP 공격에 대응할 준비가 안 돼 있다"며 "EMP 공격은 매우 위험하고 현실적인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제임스 울시 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지난 20일 VOA와 가진 회견 중 "북한이 위성 탑재 핵무기를 160㎞ 상공에서 터뜨려 미국에 EMP 공격을 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핵보유국이라면 매우 간단한 발사체만 갖고 있어도 위성에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 역시 북한의 EMP 공격 역량에 주목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EMPㆍ핵물리학 전문가는 북한의 EMP 공격 역량에 대해 회의적이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웨이드 앨리슨 명예교수는 지난 7일 VOA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EMP 공격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과학적 분석조차 접한 바 없다"며 "EMP를 둘러싼 경고는 적은 비용으로 상대방에게 겁을 주려는 군사전략"이라고 주장했다.


미 펜실베이니아주 주니아타대학의 제임스 보거트 물리학 교수도 EMP 공격 가능성이 "아직 이론에 불과하다"며 "1000번 가까운 실험을 거친 핵무기와 달리 EMP는 실험에 기반하지 않은 과학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이 분야에 심도 있는 지식이 축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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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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