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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기업마케팅 반토막]지구 열바퀴 유치戰, 돌아온건 '反기업'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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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오후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왼쪽 세번째)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관계자들과 유치성공 순간 등 감동을 얘기하며 만찬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 대통령 오른쪽부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김재열 제일기획사장, 김연아 선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2011년 7월 오후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왼쪽 세번째)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관계자들과 유치성공 순간 등 감동을 얘기하며 만찬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 대통령 오른쪽부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김재열 제일기획사장, 김연아 선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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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기업들이 평창동계올림픽 후원에 위축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평창 유치' 주역인 기업인들에 대한 정치권과 정부, 시민단체의 인색한 대접과도 맥이 닿아 있다.

이들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개인과 그룹이 축적해온 유무형의 네트워크를 총동원하며 2전3기 유치의 신화를 일궜지만 돌아온 것이라곤 '반(反)기업 정서'라는 칼날뿐이었다. 정부를 대신해 평창올림픽 유치라는 기적을 일군 기업인들의 고군분투가 잊혀지는 것을 넘어 '사익 추구'라는 왜곡된 시선으로 재단하는 것은 향후 우리나라가 국제 행사를 유치할 때 커다란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원포인트 사면 이건희, 경영 그 이상의 노력에 유치주역

2009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유치를 위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원포인트 사면했을 때 당시 야당(현 여당)인 민주당은 "법질서를 훼손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회장에 대한 사면은 경제단체는 물론 강원도와 지역 시민단체, 체육계에서 줄기차게 요청했던 사안이었다.

이 회장은 사면 직후 2010년 2월 밴쿠버 동계올림픽부터 개최지로 확정된 2011년 7월까지 1년6개월 동안 11차례에 거쳐 170일간 국외 출장(총 이동거리 약 21만㎞)을 다니며 평창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이건희 회장은 평창 유치가 결정되자 삼성을 통해 "평창이 유치에 성공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정부와 체육계, 국민 모두의 열망이 뭉친 결과"라고 했다.

-조양호·김승연 등도 지구 열 바퀴 넘게 뛰며 유치전

조양호 회장은 유치위원장을 직접 맡아 2009년 9월 유치위가 공식 출범한 이후부터 모두 22차례의 국제 대회 및 행사에 참석해 평창을 알렸다. 이동거리만 지구 열바퀴에 해당되는 38만8455㎞에 달한다. 2009년 2월부터 대한체육회를 이끈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도 지구 13바퀴(51만376㎞)를 돌아다녔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선대 회장 시절부터 막역한 관계를 구축해놓은 글로벌 인맥을 활용했고 유치위에 6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평창유치가 확정된 직후 2011년 9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허창수 회장과 조양호 회장, 박용현 두산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회장단 회의를 열어 유치를 자축하고 성공적 개최를 위해 경제계가 힘을 모으기로 결의했다. 삼성은 국내 기업 유일의 월드와이드 올림픽 파트너로서 이번 올림픽에 현금 800억원을 포함해 총 10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유치 땐 환영, 최순실사태 이후 적폐로 내몰려

당시 환영 일색이었던 기업들의 문화예술과 평창올림픽을 비롯한 스포츠후원은 2016년 '최순실국정농단사태'와 '박근혜탄핵' 등 일련이 정치적 격변기를 거치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평창 주역인 이건희 회장은 2014년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지금도 병상에 머물러 있다.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이 평상시처럼 활동해온 승마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스포츠재단에 한 후원을 두고 뇌물혐의를 받아 구속 수감돼 재판을 받고 있다.

삼성은 그동안 레슬링, 테니스, 승마, 육상 등 비(非)인기 종목을 꾸준히 후원해왔지만 예년과 같은 후원활동을 하기 어렵게 됐다. 평창올림픽 유치위원장에 이어 2014년부터 조직위원장을 맡았다가 2016년 5월 위원장직을 사퇴한 조양호 회장도 바깥에서 평창의 성공을 기원하고 있다. 조 회장은 당초 한진그룹의 긴급한 현안 수습을 위해 그룹 경영에 복귀하려고 위원장직을 그만둔다고 했지만 최순실씨의 각종 이권 청탁을 들어주지 않아 정권으로부터 사퇴압력을 받았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비인기종목에 스포츠단을 운영하고 꾸준히 후원해온 것은 경제논리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기업의 사회적책임활동인 동시에 창업주부터 이어져온 약속이자 국가에 대한 보답"이라면서 "현재와 같은 상황은 한 경제단체 인사가 말한 '줘도 패고 안줘도 패는 상황'으로 흘러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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