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20년]"대외건전성 강해졌지만 '대내' 기반 취약해"
1997년 외환위기는 대외건전성 약화에서 비롯
20년 지난 지금, 대외건전성 개선됐지만 '대내' 경제기반 취약
"새로운 위기 대비하지 않으면 고통 반복될 것"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외환위기의 직접적 원인이었던 대외건전성은 강해졌지만 저성장 장기화ㆍ가계부채 등의 위기에 직면하며 대내 경제기반은 오히려 취약해졌다."
20년 전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던 우리나라가 환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내수 기반의 경제 체질이 오히려 약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내부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형태의 경제위기에 대비하지 않으면 외환위기의 고통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경고다.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2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외환위기 극복 20년 특별대담'에 참석해 이같이 강조했다. 이번 대담은 외환위기 20년을 맞아 당시 정책책임자를 초청, 위기를 극복한 경험을 나누고 경제위기가 재발되지 않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담에는 현 원장과 함께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초청됐다.
현 원장은 이날 '1997년 외환위기의 경험과 2017년 현재'라는 주제로 당시 외환위기가 진행된 이유와 극복과정, 현재의 경제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는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와 대외채무 급증으로 대외건전성이 취약한 상태에서 태국ㆍ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외환위기가 가세하면서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현 원장은 "당시 기업은 몸집을 늘리기 위해 과잉투자와 차입경쟁에 나섰고 금융기관은 리스크 관리 보단 해외 단기차입을 늘리는데 주력했다"며 "이런 와중에 원화강세, 반도체ㆍ철강 등 수출품의 국제가격 하락으로 수출경쟁력까지 약화되면서 대외건전성이 급격히 취약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값비싼 수업료를 치러야 했다. 17개 계열 46개 회사가 정리됐고, 30대 계열 80개 회사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며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었다. 부실금융기관은 모두 문을 닫았고 가계도 금모으기 운동으로 십시일반에 나섰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2001년 8월 IMF 자금을 조기 상환하면서 외환위기를 빠르게 벗어날 수 있었다. 현 원장은 "경제주체가 모두 동참해 구조개혁에 나서면서 기업의 재무건전성과 금융안정망이 정비되는 등 성과가 있었지만 노동부문 개혁은 아쉽다"며 "유연성 제고라는 과제 달성이 미흡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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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 지난 현재, 우리나라의 대외건전성은 어느 나라보다 튼튼해졌다고 현 원장은 평가했다. 이는 지표로도 확인된다. 경상수지는 2012년 2월 이후 67개월 연속 흑자를 지속하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올 10월말 3845억 달러를 기록해 세계 9위에 도달했다. 1997년 말 286%에 달했던 단기외채 비중(외환보유액 대비)도 올 6월말 30.8%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대내 경제기반은 오히려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 원장은 "경제성장률은 2011년 3% 전후 성장률을 보이다가 2015년 이후 2년 연속 2%대로 하락했다"며 "성장부진과 고용없는 성장 등으로 2013년 이후 실업률도 상승 추세"라고 지적했다. 가계부채도 기업ㆍ정부부채 대비 가파르게 늘어 우리경제의 활력을 갉아먹고 있다. 현 원장은 "지속가능한 성장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며 "4차 산업혁명 대응을 강화하고 일자리 중심 경제를 통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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