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 래틀 "베를린 필이라는 거대한 배 떠나 새로운 모험"
베를린 필, 19~20일 예술의전당서 내한공연…조성진 협연
사이먼 래틀 베를린 필하모닉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이 19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2017 베를린 필하모닉 내한공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지난 16년간 베를린 필에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웠습니다. 오케스트라와의 관계가 너무 소중하고 좋지만, 이제는 또 다른 누군가가 맡아서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때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런던심포니와 새로운 모험을 향해 출발할 것입니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 사이먼 래틀(62)이 내한공연을 앞두고 들뜬 심경을 전했다. 래틀은 19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내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훌륭한 한국 음악인들과 이 자리에 앉아있다는 것, 무엇보다 젊은 한국 관객들의 열정을 다시 보게 돼 반갑고 기쁘다"고 했다.
세계 최고의 교향악단 중 하나인 베를린 필은 19~20일 양일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여섯 번째 내한공연을 한다. 베를린 필은 1984년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첫 내한공연을 한 이후 2005년, 2008년, 2011년, 2013년 한국 공연을 이어왔다. 특히 2002년부터 16년간 이 악단을 이끌어 온 래틀과 함께하는 베를린 필의 마지막 내한공연이다.
첫날 공연 협연자로 한국인 최초의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조성진(23)이 합류하면서 클래식 팬들의 뜨거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래틀을 비롯해 베를린 필 첼로 수석 울라프 마닝거, 작곡가 진은숙(56), 피아니스트 조성진, 안드레아 차이치만 베를린 필 재단 대표가 함께 자리했다.
그는 이날 조성진과 진은숙 등 한국 음악인들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래틀은 "지난 두 시즌 동안 전 세계와 세대를 아우르는 작곡가들에게 50여곡을 위촉했고, 이번 투어에서는 진은숙과 함께한다"고 했다. 그는 "진은숙의 음악세계는 보석이 잔뜩 들어 있는 보석함과 같다"면서 "6~7분 안에 연주하는 짧은 곡을 부탁했는데도 모든 테크닉과 다양한 컬러가 담긴 아름다운 곡을 만들어줬다. 그는 싱어와 오케스트라의 역량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작곡가"라고 호평했다. 조성진에 대해서는 "그는 건반의 시인이다. 그와의 연주는 저와 오케스트라에게 특별한 경험이자 영광"이라고 했다.
베를린 필은 19일 첫날 공연에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돈 후안', 모리스 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 요하네스 브람스 '교향곡 제4번'을 연주한다. 이어 20일에는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페트루슈카', 진은숙 '코로스 코르돈',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제3번'을 들려준다.
조성진은 당초 19일 협연자로 예정됐던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이 왼팔 부상으로 연주를 취소하면서 대신 무대에 서게 됐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이 그를 적극 추천한 덕분이다. 래틀은 "지메르만이 '조성진은 정말 좋은 피아니스트고, (그의 연주를) 꼭 한 번 들어봐야 한다'고 했는데 이렇게 빨리 함께 연주하게 돼 기쁘다"고 했다.
랑랑의 대타로 나선 조성진은 지난 4일 독일 베를린 필하모니홀에서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연주로 베를린 필과의 공식 데뷔무대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이어 프랑크푸르트, 홍콩에서의 협연을 거쳐 이날 서울 무대에 오르게 됐다.
조성진은 "랑랑을 대신해 베를린 필과 연주를 하게 돼 너무나 큰 영광이었고, 꿈같은 11월이었다"면서 "이번 연주를 할 수 있게 도움을 준 마에스트로 래틀을 비롯한 많은 분께 감사를 표한다. 많은 것을 배운 시간이었고, 한편으로는 이번 투어의 마지막 연주라 서운하기도 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지휘자 가운데는 훌륭한 피아니스트였던 분들이 많다. 인간적으로나 음악가로서 배울 점이 많은 분들"이라면서 이번 공연을 위한 리허설 중에도 짧은 코멘트 하나하나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로서 빠른 속도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온 그는 향후 목표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늘 행복한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안드레아 차이치만 대표(왼족부터), 피아니스트 조성진, 사이먼 래틀 음악감독, 진은숙 작곡가, 첼로 수석 울라프 마닝거 등이 19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2017 베를린 필하모닉 내한공연 기자회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원본보기 아이콘진은숙은 베를린 필과의 남다른 인연을 언급하며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1984년 카라얀과 함께 한 베를린 필의 첫 내한공연 때 세종문화회관 공연장에 있었다"면서 "당시 표를 살 돈이 없어 계단에서 연주를 들었다. 그런데 그 오케스트라와 제 작품을 가지고 한국에서 공연을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베를린 필은 더 이상 잘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연주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작곡가로 일하면서 좀처럼 가지기 힘든 영광스러운 시간이 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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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래틀은 "16년은 긴 시간이다. 음악과 관련해서는 늘 장기적인 관계를 추구해왔다"면서 "베를린 필이라는 거대한 배에서 신나고 가슴 뛰는 항해를 했고, 이 악단이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사실에 기쁨을 느낀다. 떠나는 게 아쉽지만 마음 한 구석 깊은 곳에는 언제나 베를린 필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내년부터 런던심포니(LSO) 음악감독으로 활동한다.
한편 이번 내한공연은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사장 박삼구)이 2003년 시작한 '금호월드오케스트라 시리즈'의 열여덟 번째 초청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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