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최고의 식당으로 손꼽히는 '카페 엥글레'의 수석 요리사였던 바베트는 프랑스 혁명 중 남편과 아들을 잃고 덴마크 어느 작은 시골 해안가 마을에서 봉사와 헌신에 생애를 바친 두 자매를 모시며 살게 된다. 사진 = Babette's Feast

프랑스 파리 최고의 식당으로 손꼽히는 '카페 엥글레'의 수석 요리사였던 바베트는 프랑스 혁명 중 남편과 아들을 잃고 덴마크 어느 작은 시골 해안가 마을에서 봉사와 헌신에 생애를 바친 두 자매를 모시며 살게 된다. 사진 = Babette's Fe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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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덴마크의 한 시골 해안가 마을, 개신교의 한 종파를 세운 목사와 그의 두 딸은 헌신과 봉사로 금욕적 삶의 모범이 됐다. 그 목사가 죽고, 그 두 딸이 아름다운 처녀에서 백발의 할머니가 되기까지. 그런 그녀들의 집에 프랑스 혁명 중 남편과 아들을 잃고 목숨만 부지한 채 도망쳐온 일류 요리사 바베트가 찾아온다. 두 할머니 중 한 명의 젊은 시절, 아름다운 추억과 선율을 안겨준 옛사랑의 부탁편지와 함께.


19세기 유럽, 시골 마을에서 ‘요리’란 사치 중의 사치다. 그저 끼니를 때우기 위한 맥주 빵과 말린 대구탕이 전부. 프랑스 파리 최고의 식당 요리사로 당대의 식문화를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바베트는 자신의 과거를 완벽하게 숨긴 채 봉사에 전념하는 두 여인의 시중을 성실하게 든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파리의 친구에게 부탁해 응모하던 복권 1등에 당첨돼 상금 1만 프랑을 받게 되고, 두 자매의 부친인 목사의 탄신 100주년 기념 만찬을 프랑스 정찬으로 자신이 준비하게 해달라 부탁한다.

두 자매의 허락으로 정찬을 준비하는 바베트의 손길에 생전 듣도 보도 못한 큰 거북, 메추리, 샴페인과 와인이 실려 오자 자매와 마을 사람들은 그녀가 마녀의 수프라도 만들까 하는 두려움에 휩싸여 만찬일에 음식에 대한 말을 일절 하지 않기로 결탁한다.



바베트의 만찬은 반목과 불신으로 서로 날을 세우던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녹였을 뿐만 아니라 일생 음식이란 그저 끼니를 달래고 금욕적 신앙의 삶을 연명케 하는 요소라 생각했던 자매의 믿음마저 돌려놓는다.

바베트의 만찬은 반목과 불신으로 서로 날을 세우던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녹였을 뿐만 아니라 일생 음식이란 그저 끼니를 달래고 금욕적 신앙의 삶을 연명케 하는 요소라 생각했던 자매의 믿음마저 돌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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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찾아온 만찬의 날, 식전주로 등장한 ‘아몽티야드’와 그 뒤를 이은 1846년산 ‘클로 부조’에 거북이 수프. 이어서 흰 빵에 캐비어를 얹은 블러디 드미로프와 1860년산 샴페인 뵈브 클리코가 등장한다. 마을 사람들은 이 음식의 가치를 알 리 없지만, 만찬에 참석한 12명의 사람들 중 유일한 외지인이자 두 할머니 중 다른 한 명의 젊은 시절, 이루지 못한 첫사랑 장군만이 연신 만찬 메뉴의 이름과 가치를 알아채고 상기시킨다.

만찬 후반부, 메추라기를 페스트리에 싸서 여섯 가지 이상의 소스를 끼얹은 ‘카유 엉 사르코파주’가 나오자 장군은 자신이 젊은 시절 파리 최고의 요리점 ‘카페 엥글레’에서 맛본 그 맛을 추억하며 찬탄을 보낸다. 마녀의 음식을 걱정하며 함구할 것을 약속했던 마을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최고의 만찬을 맛있게 즐기며 그간 금욕적 삶에 억눌러 온 서로를 향한 미움과 증오를 내려놓고 축복의 찬송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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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만찬을 대접한 바베트는 자신이 그 ‘카페 엥글레’의 수석 요리사였음을, 그리고 복권 당첨금 1만 프랑은 오늘 이 만찬에 모두 써버렸음을 고백한다. 앞으로 우린 여전히 가난할 것이라 난감해하는 두 자매에게 바베트는 충만한 미소를 머금은 채 이렇게 답한다.


“예술가는 가난하지 않아요. 예술가가 세상을 향해 부르짖는 건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내버려 두라는 외침뿐이랍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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