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味에 빠진 유통街①]'미슐랭 별 땄어요'…선정 부작용에도 몰리는 사람들
개성 있는 한국 음식, 세계서 주목…K-푸드 열풍 기폭제
미쉐린 영향력으로 서울의 F&B산업 전반 격상
'외국인 기준에 따른' 선정 평가 의문…평가 거부하는 식당·셰프 '속출'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오는 8일 미쉐린코리아의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8' 발간을 앞두고 벌써부터 논란이 뜨겁다. 미쉐린 스타(별)가 세계 공통의 맛 지표로 인식되면서 셰프들의 꿈이 됐지만, 이에 대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서다. 특히 미쉐린 가이드가 여러 나라에서 발간되기 시작하면서 '외국인이 현지 식당을 평가하는 것이 옳은가'라는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미쉐린 가이드 서울'이 처음으로 나오면서 국내에서는 유명 한식당 위주의 선정 결과, 그리고 한국관공서의 미쉐린 가이드 후원 등을 놓고 잡음이 일기도 했다. 이에 두번째 '미쉐린 가이드 서울'의 발간을 앞두고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미쉐린 가이드 서울 발간에 앞서 먼저 공개한 빕 구르망(Bib Gourmand) 48곳부터 논란이 일었다.
6일 미쉐린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빕 구르망은 2016년에 비해 일단 수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36곳에서 12곳이 추가됐다. 명단을 살펴보면 지난해 선정된 곳 중 5곳이 빠졌고 교다이야(우동)·꽃, 밥에피다(한식)·남포면옥(냉면)·마포옥(설렁탕)·미나미(소바)·양양메밀막국수(메밀국수)·황금콩밭(두부) 등 17곳이 새롭게 들어갔다.
서울의 대표적 노포로 꼽히는 마포옥(설렁탕)·하동관(곰탕)·삼청동수제비(수제비)도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외국 음식점도 많이 등장했다. 일본식 우동 전문점 교다이야·이나니와요스케를 비롯해 베트남 요리 전문점 에머이, 대만 음식 전문점 우육미엔 등이 새로 빕 구르망에 들어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점마다 똑같은 맛을 유지하기가 어렵고 서울에만 43곳의 매장이 있는 에머이가 왜 포함됐는지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게다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화제가 된 곳 위주로 선정된 것 같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이에 '그밥에 그나물'이란 비판과 함께 역사가 오래된 노포들이 제대로 평가받지 않아 신뢰성에 의문이 든다는 것.
이에 미쉐린코리아 측은 "SNS 영향력을 포함했는지를 비롯해 모든 평가 기준은 일절 공개하지 않는 것이 미쉐린 가이드의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미쉐린 가이드는 프랑스 미쉐린타이어의 창업자인 앙드레 미쉐린과 에두아르 미쉐린 형제가 1900년부터 타이어 구매고객에게 나눠주던 여행 안내서였다. 초기에는 타이어 정보, 도로 법규, 주유소 위치 등을 주로 수록했으나 1922년 유료화하면서 호텔, 레스토랑 관련정보를 강화했다. 이후 레스토랑 평가가 특별히 인기를 끌자 1926년 별을 주는 시스템을 시행했고 1931년부터 별 세개까지 등급을 구분했다
미쉐린 스타 등급을 채점하는 과정은 까다롭고 엄격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평가단은 평범한 손님으로 가장해 대상 레스토랑을 1년에 5~6차례 방문, 시식하고 평가한다. 3스타가 되려면 셰프만의 독창적인 테크닉과 맛, 단순한 친절을 넘어 원재료와 요리 및 소스에 대한 해박한 지식, 적절한 가격을 갖춰야 한다. 1스타는 요리가 특별히 훌륭한 집, 2스타는 요리를 맛보기 위해 멀리 찾아갈 만한 집, 3스타는 요리를 맛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도 아깝지 않은 집을 말한다. 3스타는 미쉐린 가이드에 게재된 세계 2만여개 레스토랑 중 100여개에 불과하다. 이에 우스갯소리로 하늘의 별 따기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상황.
다만 '미식가의 성서'로 불리는 미쉐린 가이드의 막강한 영향력과 함께 부정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2004년에는 프랑스에서 천재요리사로 알려진 '베르나르 로와조'가 사냥총으로 자살하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그는 자신이 일하는 레스토랑이 별 3개에서 2개로 떨어질 거라는 소문을 전해 듣고 스트레스와 절망감에 자살했다. 이후 프랑스는 충격에 휩싸였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미쉐린 스타를 거부한 셰프가 나와 화제다. 20여년간 줄곧 미쉐린 별 3개를 얻은 프랑스의 셰프 세바스티앙 브라는 평가가 부담스럽다며 자신의 식당을 빼달라고 요청했다.
또 미쉐린에 도전하겠다며 인테리어에 돈을 쏟아붓는 무모한 식당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인 요인 중의 하나다.
선정 평가에 대한 의문도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미쉐린 가이드를 보고 여행을 많이 다녀야 타이어도 더 빨리 닳게 된다는 타이어 회사의 마케팅 전략에 속고 있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많다. 미쉐린의 별을 따기 위해서는 우선 타이어부터 미쉐린으로 바꿔야 한다는 소리가 나온 것도 이 때문.
이에 미쉐린의 별을 미국과 유럽에서는 자진해서 거부하기 시작했다. 이제 레스토랑의 셰프들도 미식가들도 더는 미쉐린의 별을 맹신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프랑스의 평가 잣대를 전 세계 레스토랑에 동일하게 대입하는 것에도 무리가 있다. 프랑스의 미식이 세계의 미식은 아니라는 의미다. 2008년 '미쉐린 가이드 도쿄'가 발간되자 음식평론가뿐 아니라 일본 도쿄시 정부까지 평가에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일본 음식은 일본인이 가장 잘 안다'며 평가를 거부한 식당도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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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계 관계자는 "외국인의 기준에 따라 수백 년 전통의 한식문화를 별점으로 평가하는 데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많다"며 "그러나 업계에서는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의 출간이 세계 각국에서 한식에 대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서울의 식음료(F&B)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의란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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