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인사 파장]CEO-이사회 분리…실리콘밸리 닮은 'JY스타일'
일반 이사도 이사회 의장 가능
구글·애플 등에선 이미 일반화
이상훈 사장, 경영서는 손 떼
첨단 기술 기업 특성 반영한 선택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이상훈 경영지원실장(사장)을 차기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한 31일 삼성전자 인사는 실리콘밸리와 활발히 교류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일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정관을 변경해 최고경영자(CEO)가 아니더라도 이사회 의장을 맡을 수 있도록 했다"며 "이상훈 사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은 것은 첫번째 사례"라고 전했다.
작년 3월 삼성전자는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한 정관을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 이사중에서 선임한다'고 변경한 바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했다. 현재 의장인 권오현 대표이사를 비롯해 최지성 전 부회장, 윤종용 전 부회장 등 역대 CEO들도 관례에 따라 의장에 선임됐다. 이상훈 사장은 일반 이사가 의장을 맡는 첫번째 사례가 되는 것이다.
이는 삼성전자에는 익숙하지 않겠지만 미국 구글, 애플 등 글로벌 기업에서는 이미 일반화됐다. 대표적 정보기술(IT) 기업인 구글은 2001년부터 2011년까지 CEO를 지냈던 에릭 슈미트가 현재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그는 CEO 경험을 살려 임원들에 대한 조언과 사회공헌 활동 등 구글의 대외 활동을 책임진다. 애플도 스티브 잡스 공동 창업자 사후에 팀 쿡 신임 CEO와 별도로 아서 레빈슨 전 제넨테크 CEO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일본 게이오대 경영대학원(MBA)과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박사과정)을 거친 이재용 부회장으로서는 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것은 매우 익숙한 방식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전자는 처음 도입하는 것이어서 이상훈 사장의 역할에 관심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이상훈 사장이 이 부회장의 측근이고 이번에 새로 선임된 김기남ㆍ윤부근ㆍ고동진 부문장에 비해 연장자라는 점에서 '총수 대행'이나 '대외 얼굴 마담' 역할을 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이상훈 사장은 이사회 의장을 맡으며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고 보는 것이 맞다"며 그의 역할이 이사회 운영 등으로 제한될 것임을 시사했다. 애플도 이사회가 팀쿡 등 경영진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상훈 사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은 것은 새로 이사회에 합류할 신임 부문장들이 이사회 경험이 전무한데다 사외이사에 의장을 맡기기에는 첨단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필수적인 삼성전자 의사 결정 구조의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는 2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5대 그룹 간담회에 이상훈 사장이 참석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번 인사로 삼성의 사내이사는 5명(이재용ㆍ이상훈ㆍ김기남ㆍ김현석ㆍ고동진)으로 늘어나 사외이사와 동수가 됐다. 사외이사가 과반을 차지해야 한다는 규정에 의해 삼성전자는 사외이사를 추가로 선임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과거 글로벌 기업 출신 CEO를 사외이사로 영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어 누가 합류할지도 관심사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