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이어 두 번째 국회 시정연설, 감각적 PPT 선보여…한국당 대형 현수막 시위, "촛불 대통령 아닌 국민통합의 대통령 돼 달라"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김보경 기자, 부애리 기자] 1일 오전 9시40분, 여의도 국회의장실에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5당 지도부가 한자리에 모였다. 당 대표 취임 이후 줄곧 청와대 초청에 응하지 않던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와 지난 6월 국회 시정연설에 불참했던 정우택 원내대표도 모두 모습을 내비쳤다.


이들은 지난 대선 이후 처음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조우했다. 국회 관계자는 "대여(對與) 투쟁에 나선 가운데 굳이 이 자리마저 불참할 명분이 약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사전환담 직후 기자들과 마주한 홍 대표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기자들의 잇따른 질문에 "할 말이 없다"며 침묵했다. 이어 "딴 사람에게 물어보라"는 퉁명스러운 답변만 남긴 채 차량에 탑승해 자리를 떠났다. 의원신분이 아니 홍 대표는 이날 본회의장에 착석해 시정연설을 듣지 못했다.


지난 6월에 이어 두 번째 국회 시정연설에 나서 문 대통령은 앞서 오전 9시38분 국회에 도착했다. 밝은 하늘색 넥타이를 착용한 문 대통령은 본관 2층 현관에서 진정구 국회사무총장 직무대리의 영접을 받았다. 삼엄한 경계가 펼쳐진 현관에 들어서기 전 잠시 안경테를 만지며 몸가짐을 다듬기도 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임종석 비서실장이 뒤를 따랐다.

이날 시정연설을 앞두고 국회에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시끌벅적한 모습으로 삼삼오오 짝을 이뤄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반면 제1야당인 한국당 의원들은 상복을 뜻하는 검정색 정장차림으로 조용히 걸어 들어갔다.


본회의장의 한국당 의원석에는 '민주주의 유린' '방송장악 저지' 등의 소형 현수막이 나붙었다.


오전 10시2분, 문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기립해 박수를 치며 환영했다. 한국당 의원들도 기립했지만 박수는 치지 않았다. '국민의당 일부 의원들도 박수를 치지 않으며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항의했다.


문 대통령은 입장하며 우원식ㆍ박홍근ㆍ이춘석 의원 등 통로 좌우에 않은 20여명의 민주당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이어 429조원 규모의 2018년도 예산안 및 새 정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개혁법안 통과를 당부하며 시정연설을 이어갔다. 이번 연설에서도 지난 6월의 첫 연설 때와 마찬가지로 감각적인 PPT를 선보였다. 여기에는 지난해 촛불집회와 대형 태극기 등의 모습이 담긴 감각적 사진이 담겼고, '국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등장했다.


일부 한국당 의원들은 스마트폰을 보며 연설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오전 10시30분, 한국당 의원 중 일부가 대형 현수막을 들고 일어섰다. 문 대통령이 적폐청산에 이어 한국형 3축 체계를 언급할 때였다. 이날 오전 미리 예고한 자칭 '품격 있는' 항의였던 셈이다. 이때 민주당 출신의 무소속 정세균 국회의장이 손사래를 치며 제지했다.


현수막에는 '북핵규탄 UN결의안 기권 밝혀라!' '北 나포어선 7일간 행적 밝혀라!' '공영방송 장악음모 밝혀라' 등의 문구가 적혀있었다.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 직후 본회의장을 돌며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맨 앞줄에 앉은 의원들과 악수를 한 뒤 한국당,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순으로 본회의장을 바깥으로 크게 돌며 악수를 청했다. 시정연설에선 모두 스물두 차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연설 직후 "겸손한 자세로 (낮춰) 말할 줄 알았는데 '우리가 이렇게 할 것이니 국회에서 처리해달라'였다"면서 "(연설에서) 촛불 화면을 자꾸 트는데 촛불 대통령이 아니라 이제 국민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서두의 발언이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전환담 때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옛말이 있는데 곳간은 정치곳간이 있고 경제 곳간이 있다는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또 "경제 곳간을 많이 풀면 좋지만 있는 양식보다 퍼주기 식 곳간을 풀면 여러 문제가 생긴다. 경제 곳간은 분명한 재원대책 아래에서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연설을 신호탄으로 예산안 심사 전쟁에 돌입하는 만큼 여야 지도부는 긴장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위해 143일만에 다시 국회를 방문한다"면서 "소통과 협치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발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국민들이 대단히 절박하고 힘든 현실에 처해있다"며 "여야 모두 경청하고 민생예산을 위해 함께 고민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다섯 번째이지만 임기 첫해 두 차례 연설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국회가 민주주의의 과제인 불공정과 불평등 해소를 뒷받침할 입법예산의 대장정에 오르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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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의 총체적 국정 난맥상에 대해 정중한 사과가 병행돼야 한다"며 강력한 입법ㆍ예산 투쟁을 예고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 앞서 의원총회에서 "최소한의 예우를 위해 본회의장에 착석해 연설을 청취하겠지만 품격을 손상하지 않는 선에서 단호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이) 만약 시정연설에서 장밋빛 공약을 제시하거나 허황된 보여주기식 연설을 한다면 좌시하기 않겠다"고 강조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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