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신문 "美, 한국 정부에 대북 독자제재 마련 요구"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미국이 우리 정부에 북한에 대한 독자 제재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30일 보도했다.

신문은 소식통을 인용, 지난 18일 한미외교차관전략대화를 위해 서울을 방문한 존 설리번 미 국무부 부장관이 임성남 외교부 1차관에게 "한국 정부가 (대북) 독자 제재를 할 때 미국도 동시에 제재안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임 차관은 구체적인 제재방안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독자적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는 기존의 정부 입장만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가 사실상 한국 정부의 독자 제제안 마련을 간접적으로 압박한 것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질문에 답하는 한미일 외교차관 (서울=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한미일 외교차관들이 18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ㆍ미ㆍ일 외교차관 협의회 공동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존 설리번 미 국무부 부장관, 임성남 외교부 1차관, 스기야마 신스케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2017.10.18 leesh@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회담에서는 우리 정부의 800만달러 규모의 대북 인도적 지원도 다뤄졌다. 미국 정부는 당시 인도적 지원 자체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지만,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 강화 시점인 점을 고려해 시기에 있어서 신중하게 결정해줄 것을 우리 정부에 요청했다.

앞서 지난 27일 미국 재무부는 북한에 대한 독자 제재안을 발표했다. 이 때에도 우리 외교부는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미국의 각종 노력과 함께, 한ㆍ미 양국과 국제사회의 공동 노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논평을 발표한 채 독자 제재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독자 제재방안을 발표할 때 시기는 물론 내용까지 비슷하게 조율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서는 독자적인 대북 제재안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입장만 반복해왔다.

아사히신문은 이런 한국 정부의 대응은 일본과도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억제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러시아와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방안을 발표했을 때 일본 정부는 미국과 공조를 유지했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다음 달 7,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서는 한국 정부가 독자적인 제재 방안들을 마련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서도 미국 대통령의 25년 만의 국빈방문인 만큼 이를 고려한 대북 독자 제재방안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