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낮춘 은마]'49층 고집' 왜 꺾였나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초고층 재건축 고집을 부리던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결국 백기를 들고 서울시의 '35층룰'을 수용했다. 재건축 사업 지연에 따른 주민 피로도와 서울시의 정책 변화가 없을 경우 자칫 사업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추진위가 설립된 뒤 14년 동안 지지부진하던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서는 지난 19~25일 은마아파트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된 재건축 최고 높이 투표에서 35층안이 선택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얼마나 많은 득표를 받을 지가 관건이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71%나 되는 조합원들이 35층 재건축을 원했다. 35층안으로 재건축 사업을 진행할 경우 일반분양 물량이 줄어 주민들이 부담해야 할 추가부담금이 다소 늘 수 있지만 '속도'를 택한 것이다.
은마아파트는 최고 14층, 4424가구 규모로 올해로 준공 38년차에 접어들었다. 2003년 추진위가 설립된 이후 재건축 추진 단계만 14년째다. 그동안 은마아파트 추진위는 49층 재건축을 추진해왔으나 애초에 칼 자루를 쥔 건 서울시였다. 서울시와 추진위는 2015년 말부터 5차례에 걸쳐 층수 조정을 위한 사전협의를 해왔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서울시는 도시계획인 '2030 서울플랜'에 근거해 35층 높이를 고수했고 추진위도 49층 재건축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그러다 서울시가 지난 8월 추진위가 제출한 49층 정비계획안을 이례적으로 '미심의'하고 반려한 것이 전환점이 됐다. 서울시는 은마아파트 입지가 최고 50층이 허용된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와 달리 '광역중심지'가 아니라 종상향을 통한 초고층 재건축을 허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은마아파트가 위치한 학여울역 일대는 아파트 단지와 양재천으로 인해 주변과 단절돼 있는 주거지역으로 도시기본계획상 중심지로 설정된 곳이 아니다"며 "주거생활 중심의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35층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울시가 거듭 확고한 입장을 고수하자 추진위는 빠른 사업 추진을 위해 사실상 49층안을 원점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미 주민들 사이에서 49층안을 고수하면서 사업이 너무 늦어지고 있다는 불만이 늘고 있던 터였다. 재건축이 늦어질수록 기회 비용이 커지는 데다 기존 안대로라면 사업 자체가 불투명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속도를 택했다. 35층안으로 재건축 사업을 진행할 경우 일반분양 물량이 줄어 주민들이 부담해야 할 추가부담금이 다소 늘 수는 있다. 하지만 조립설립 등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다.
이번 투표 결과에 따라 은마아파트는 최고 35층, 5905가구 규모로 재건축을 추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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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위는 주민 의견대로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다음달 중 '35층안'을 토대로 수정된 정비계획안을 서울시에 제출하고 조합설립 절차도 동시에 밟기로 했다. 조합설립인가를 위해서는 전체 조합원 75%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추진위 관계자는 "연말까지 수정 작업을 끝내면 늦어도 내년 초에는 서울시 심의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재건축의 큰 그림이 결정된 만큼 조합 설립동의 징구는 수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비구역지정이 연내 이뤄지면 내년 상반기 조합설립인가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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