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운영 쇼핑몰 문닫고, 대기업 패션업체도 보수경영
올 가을ㆍ겨울 시즌 신규 브랜드 수, 직전 시즌보다 38%↓


유통업체와 손잡고 온라인 전용 브랜드 론칭하거나
백화점 등 대형유통업체가 직접 패션 브랜드 전개하는 사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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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40대 직장인 안나영(가명)씨는 얼마 전 수년간 운영해온 의류 쇼핑몰을 접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옷이 팔리지 않았다. 팔리지 않는 옷들은 재고로 남았고, 재고는 시간이 지날수록 상품 가치가 떨어졌다. 매달 부담해야하는 고정비도 걱정거리였다. 경쟁도 더 치열해졌다.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블로그 등 틈새 의류 시장에서 소규모로 옷을 판매하는 개인들마저도 새로운 경쟁자로 떠올랐다"고 토로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자본력이 있는 대기업마저도 힘들어하는 상황인터라 신규 플레이어들의 시장 진입은 더 어려워졌다"며 "가격이면 가격, 디자인면 디자인 등 뚜렷한 특징이 없는 이상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진단했다.


장기 불황으로 패션업계가 한계 상황에 직면하자, 의류업체들이 보수적인 경영에 돌입했다. 당장 신규 론칭 패션 브랜드 수가 작년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면서 옷 소비를 줄이고, 마진이 얼마 남지 않는 저렴한 제품만 구매하는 소비 트렌드가 지속되자 브랜드 수도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짠물소비'를 고려해 가격대도 중저가 위주가 대세를 이뤘다.

19일 삼성패션연구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가을ㆍ겨울 패션기업들이 신규로 론칭한 브랜드 수는 32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같은 시즌에 론칭한 의류 브랜드 수 보다 26%, 직전 시즌보다는 38% 줄어든 수준이다.


신규 론칭한 브랜드들은 '가성비'(가격 대피 품질)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의 영향으로 합리적인 가격대를 강조하는 게 특징이다. 실제 '고가' 제품 비중은 15% 수준에 머물렀다. '중가'와 '중저가' 제품 비중은 절반이 넘는 53%였다.


유통 전개 방식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과거에는 백화점ㆍ쇼핑몰에서 주목받은 브랜드들이 온라인ㆍ모바일로 판매채널을 강화하는 수순이었지만, 최근에는 온라인ㆍ모바일ㆍSNS에서 주목받은 브랜드에 백화점, 쇼핑몰이 입점을 요청하는 사례도 늘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오프라인 전략을 세우기에 앞서 온라인 플랫폼에서 선실험한다는 취지도 있다.

영원무역이 온라인 플랫폼업체 이베이코리아와 손잡고 만든 온라인 전용 아웃도어 브랜드 '타키'.

영원무역이 온라인 플랫폼업체 이베이코리아와 손잡고 만든 온라인 전용 아웃도어 브랜드 '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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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업은 수년째 지속되는 불황 직격탄을 맞았다. 가계가 맨 먼저 옷 소비를 줄였기 때문이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패션 시장은 1.6% 성장한 2012년 이후 5년째 계속 1~3% 성장률에 머물러 있다. 내년도 성장률도 2%대에 머물 것으로 예측됐다.


불황의 여파는 대기업도 피할 수 없었다. 업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불황을 타개하는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해부터 비효율 브랜드를 정리, 통합하는 경영효율화 작업을 진행했고, 그 결과 전체 매출 규모가 크게 줄었다. 올 1분기 1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은 2분기 90억원의 이익으로 돌아섰지만, 매출은 1분기 대비 13% 감소한 4010억원을 기록했다.


LF도 비효율 사업은 철수하고, 새 먹거리에 투자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자회사 트라이씨클의 온라인몰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 개선을 꾀하고,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인수합병(M&A)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본업인 패션업의 부진으로 패션이 아닌 식음료, 화장품 등 타 업종에 눈독을 들이면서, 장기 목표인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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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체와 협업하거나, 유통업체가 직접 패션 브랜드를 론칭하는 사례도 늘었다.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를 전개하는 영원무역은 온라인 판매 강화를 위해 이베이코리아와 손잡고, 아웃도어 브랜드 '타키'를 론칭했다. 신세계백화점, 대구백화점은 각각 여성복 브랜드 '일라일', '로레나 안토니아찌'를 직접 전개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가처분 소득이 제한적이다 보니 옷 소비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신규 브랜드 론칭이 저조하다"며 "가성비 등 명확한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지 않는 이상 재고관리 등 모든 면에서 대형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경쟁하기 더 힘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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