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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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가 주목받는 3대 이벤트를 꼽아보라면 4월의 벚꽃축제, 9월 불꽃축제, 10월 국회 국정감사를 들 수 있다. 총선은 매년 있는 건 아니니 빼도록 하겠다. 많은 시민과 국민들의 시선이 이 때 여의도로 쏠린다. 드디어(?) 세 번째 이벤트인 국감 시즌이다. 민주주의의 근간은 행정ㆍ입법ㆍ사법부 간 삼권분립이다. 이 원칙에 따라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하고 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의미에서 국감은 고귀한 취지를 담고 있다. 그런데 필자 주변에선 국감의 질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정치가 예능화되고 있다는 비판이나 방송 프로그램이라면 민망해서 채널을 돌리겠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동안 국감장에서 펼쳐진 장면들 가운데 국민들이 보고 싶지 않아하는 유형은 대체로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필자는 국감 5적이라 표현하고자 한다.

첫째, 갑질 국감. 자료요구 폭탄에 무더기 증인신청 유형이다. '5년간 장ㆍ차관이 참석한 모든 회의의 회의록 일체, 장관의 공식ㆍ비공식 일정과 해당 일정의 세부 내용을 제출하라' 등의 유형이다. 저인망식으로 긁다보면 뭔가 나오겠지 심산이겠지만 몇날 며칠 자료 정리에 밤을 새워야 하는 부서의 고유 업무는 올 스톱이다.


둘째, 무책임 국감. 일단 질러보고 아니면 말고 유형이다. 일전에 국감장에 불려나온 한 장관의 아들이 대기업에 특채 됐다며 문제 제기를 했다가 '동명이인'을 혼동했다고 사과한 적이 있다. 한편의 코미디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셋째, 막말 국감. 호통 국감과 비슷한 유형이지만 보다 인격모독에 가까운 유형이다. 어떤 의원은 증인에게 한국말 모르냐며 비아냥거리는가 하면, 반말로 몇 살이냐 묻기도 하고, 의원 간에 고성이 오가거나 비속어가 국감장을 날아다니기도 한다.


넷째, 호통 국감. 국감에 재벌총수나 기업인을 불러 호통치고 망신을 주는 유형이다. '국민의 대표', '국민을 대신해'라는 수식어 뒤에 숨어 국민의 한 사람인 기업인을 불러다가 모욕(?)을 주며 사감을 드러내는 것 아닌가하는 이야기를 하는 지인들도 있다.


다섯째, 민원 국감. 기업인을 불러다가 본인 지역구에 투자하라거나 채용을 늘리라는 등 국감을 민원 해결의 장으로 십분 활용하는 유형이다, 또 기업인을 증인명단에 넣었다가 빼주면서 민원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한다. 법을 고치고 앞장서 규제개혁을 실천하는 국회가 나선다면 자연스레 투자와 일자리가 늘 텐데. 다그쳐서 늘어난 투자가, 일자리가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 의문이다.


경제단체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가장 우려가 큰 대목은 네 번째, 다섯 번째 유형이다. 무분별하게 기업인을 소환해 호통을 치거나 민원을 넣는 행태 말이다. 갈수록 기업인 소환 비중이 늘고 있다고 하니 더욱 걱정이다. 왜 그럴까 생각해봤다. 어떤 이는 '대기업=가진 자'라는 도식 아래 대기업의 책임자를 불러 꾸지람을 하거나 면박을 주며 언론의 주목을 받고 대중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려는 정치기법이란 비판을 하기도 한다. 이와 동시에 해당 지역구의 민원 해결이라는 부수적 수입까지 올리니 정치인 입장에선 마케팅과 투자유치 측면에서 일석이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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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란 국회가 정기회가 열리기 전에 행정부의 국정 수행이나 예산 집행 등 국정 전반에 관해 법정으로 정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감사를 말한다. 피감기관은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기타 국회 본회의에서 국정감사가 필요하다고 의결한 기관이다. 원칙적으로 행정부를 감사하는 장에 기업인을 무더기로 불러내는 것은 국감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국회가 대중적 인기와 표를 좆아 편한 길만 찾다가 목적지를 잊어버리는 우를 범해선 안 될 일이다. 신선하고 품격 있는 20대 국회의 두 번째 국정감사를 기대해본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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