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잡는다던 공정위…등잔 밑이 어두웠다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공정거래위원회의 A국장은 거의 매주 젊은 여자 사무관들과 술자리를 가진다. 자신이 직접 연락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1~2명의 다른 여직원에게 술자리 멤버를 구성하라고 시키기까지 하는데, 술자리 내내 직원들은 한 마디도 못 하고 국장의 말을 듣고 있어야 한다.
#공정위의 B과장은 정시퇴근하는 직원에게 눈치를 주는 것은 기본이고, 속칭 야간에 불시점검을 하는 등 비합리적으로 근무태도 등을 점검하면서 직원들에게 야근을 강요한다. 자신은 휴가를 다녀오면서 다른 사람이 휴가 가는 것은 못마땅해하는 이중적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또 식사의 대부분을 직원들이 갹출한 과비로 해결하고, 심지어 식사메뉴를 자신이 결정하는 등 무분별하게 과비를 사용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직원들에게 자신과 점심·저녁식사를 함께 할 것을 강요하기도 한다.
#공정위 C과장은 지방 사무소장으로 근무할 때 관사관리라는 명목으로 직원들에게 자신의 관사를 청소하게 하고, 사무소 예산으로 관사 물품을 구매하도록 하며 관용차량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일삼았다.
국가공무원노동조합 공정거래위원회지부는 공정위의 과장급 이상 관리자 80명에 대한 평가결과와 주요 갑질사례를 6일 발표했다. 평가대상이 된 관리자는 1급 4명, 국장 14명, 과장 62명이다. 5급 이하 전체 직원 410명 중 56%(228명)가 설문지를 제출했다.
노조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갑질 사례를 조사한 결과, 야근과 술자리 강요 등 여전히 다양한 갑질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은 ▲관리자들의 막말 ▲호통과 짜증 ▲비아냥거림 등이 많다고 지적하며 소통과 배려가 가장 절실하다고 답변했다.
공정위 고위공무원들에 대한 뼈아픈 지적도 나왔다. 공정위 고위공무원들은 거시적인 안목과 책임감이 부족하고, 과장들은 대체적으로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평가다.
구체적으로는 고위공무원들은 거시적 안목과 조직의 미래를 고민하고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역량이 부족하며, 조직을 위해 필요한 대외활동에도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권한은 행사하면서도 책임은 지려 하지 않으며, 감사원 지적 사항 책임을 부하직원에게 떠넘기거나 보고서 수정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도 문제로 꼽혔다.
과장들 역시 대부분 업무에 대한 책임감이 없고, 과장의 기본적 역할인 사건내용 파악과 처리방향에 대한 고민, 직원들의 업무능력 향상을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완성된 보고서를 받아보고 수정하는 일만 하려 하거나, 보고과정에서 담당자와 의견이 다를 경우 일방적으로 다그치며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킨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정위 노조는 "공정위는 시장의 갑질을 조사·단속하는 기관인데, 내부의 갑질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직원들에게 시장의 갑질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을 지시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관련자들에 대한 신속한 조치와 함께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직원들에게 능력·품성·리더십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고위공무원에는 신영호 대변인(97표)이, 과장에는 선중규 과장(77표)이 선정됐다.
신 국장은 ▲고위공무원으로서의 거시적인 안목 ▲업무에 대한 책임감과 결단력 ▲탈권위적이고 민주적인 리더십 ▲스마트하고 깔끔한 일처리 등이 장점으로 꼽혔으며, 선 과장은 ▲직원들과의 소통 및 배려 ▲직원들이 업무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부드러운 리더십 등이 장점으로 꼽혔다.
이밖에도 신동권 사무처장(74표), 장덕진 소비자정책국장(69표), 윤수현 OECD 경쟁정책본부장(68표), 김재신 국장(인재개발원 파견·54표) 등이 고위공무원 중 높은 지지를 얻었고 남동일 기업집단과장(67표), 신동열 전자거래과장(38표) 등은 과장 중 높은 점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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