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가을 씀바귀/오석균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는 한 달에 한 번
요양병원 밖에서 계절과 만난다
가는 것은 순서가 없다는데
순서 없이 잃어버리고도 아까워하지 않는다
엊그제는 틀니를 잃어버리고
틀니를 해 주고 죽은 둘째 아들도 잃어버리고
세어 버린 씀바귀만 한 줌 들고 서 있다
공원엔 햇살이 오락가락하고
바람은 구름 뒤에 숨어 흐르는데
잊혀지지 않는 이름 하나 저 풀뿌리로 남아
손잡아 이끄셨나 보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열어 본 까만 봉다리
시들고 말라 가는 그대의 육체
가을비는 토닥토닥 흘러가는데
이것 좀 무쳐 주고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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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된장찌개를 끓였다. 된장찌개를 끓이면서 멸치를 볶았다. 호박도 조리고 검은콩도 조렸다. 늙은 오이를 자박자박 썰어 무쳤고 콩나물과 부추와 오이를 차례차례 무쳤다. 열무김치를 꺼내 담고 김치를 볶고 간장에다 고춧잎들을 쟀다. 가끔은 보글보글 끓는 물에 국자를 얹어 수란을 만들었다. 두부 장수 종소리가 들리면 골목길 끝으로 내려가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두부와 함께 아직 잠이 덜 깬 아침 해를 데리고 산동네를 올라왔다. 그렇게 엄마는 아침마다 가족을 먹였다. 쌉싸름한 씀바귀 무침이 싫다고 투정 부리는 나를 토닥토닥 달래 가며 키웠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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