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싱싱한 잎사귀를 태워
한 뿌리의 불꽃을 얻으리라
불 가운데 아름답게 단장하리라
■어쩌다 삼십 년 저편의 젊은 시인이 쓴 시 하나를 마주하게 되었다. 내가 알기로 이 시를 쓴 방기홍 시인은 대학교 2학년 때 등단한 학생 시인으로 모두들 그 앞길을 귀하게 여겼다고 한다. 졸업 후 그는 교단에 섰는데, 시를 보면 직감할 수 있듯이 당연히 전교조와 같은 시대적 요구 또한 외면하지 않았으며, 명문 고교의 교감직을 경력의 마지막 줄에 남긴 뒤 지금은 소식이 거의 끊겼다고 한다. 물론 전해들은 바가 그러해서이겠지만 그의 이력은 무척 간단하고 그런 만큼 명료하다. 잠시 맥락을 옮기자면, 젊은 시인의 시를 만나러 가는 길은 한편으로는 두근두근 가슴이 뛰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좀 두렵기도 하다. 무엇보다 시에 서려 있을 '결기' 때문이고 그 '결기'에 베일까 겁이 나서다. 간명한 이 시 또한 그렇다. 이 시는 방기홍 시인의 삶 전체를 앞질러 예고하고 있지 않은가. "마지막 성장"이라니! 젊은 시인이여, 이 시를 두고 말하건대 속히 귀환하라! 당신이 "시간의 싱싱한 잎사귀를 태워" 얻은 "한 뿌리의 불꽃"이 여전히 이렇게 생생하게 불타고 있지 않은가, 당신은 순간 속에서 영원을 발견한 게 아니라 영원한 청춘을 창조했지 않은가. 그러니 주저 없이 당장 돌아와 다시 시를 베어라! 젊은 시인이여!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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