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법원이 1960년대 대표적인 공안사건인 '유럽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사형을 선고 받은 고(故) 박노수 교수의 유족 등에게 국가가 총 23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박상구 부장판사)는 1일 박 교수의 유족 양모씨 등 17명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70억원을 배상하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선고했다.

재판부는 "불법적인 수사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의해 사형이 선고된 사건"이라며 "사형이 집행됨에 따라 고인이 된 박 교수 유족들에게 정부의 손해배상이 (일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정부가 유족들에게 총 23억4700여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 교수의 자녀 박모씨에게 9억9333만원, 배우자 양씨에게 8억3212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박 교수의 형제·자매의 상속인들에게도 총 5억2000여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유족 측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이담의 조의정 변호사는 "가족들이 받은 고통에 비해서 금액적으로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며 "유족들과 상의해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럽 간첩단 사건은 지난 1969년 박정희 정부 당시 공안 시국 분위기 속에서 발생한 대표적 공안 조작사건으로, '동백림(東伯林ㆍ동베를린) 사건' 2년 뒤 발생했다.


당시 박 교수는 케임브리지대학에 재직 중이었고 박 교수와 함께 사건에 연루돼 사망한 고(故) 김규남 전 민주공화당 의원은 박 교수의 도쿄대 동창으로 현역 의원이었다.


박 교수 등은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1970년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다. 이들은 재심을 청구했지만 개시 여부를 심리 중이던 1972년 사형이 집행돼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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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9년 10월 "중앙정보부가 이들을 불법 연행하고 구타 등 강압적으로 수사해 자백을 받아냈다"며 재심 등을 청구하도록 권고했다.


유족들은 같은해 11월 재심을 청구했고 2013년 법원은 "영장 없이 불법구금된 상태에서 한 진술을 유죄 증거로 삼을 수 없다"며 박 교수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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