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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먹거리 임상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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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수(정산 鼎山) 인문학자.

김덕수(정산 鼎山)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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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잔류 기준치를 초과해 문제가 된 피프로닐과 비펜트린도 가장 민감한 집단인 10kg 미만의 영유아가 하루에 달걀 2개를 섭취한다고 했을 때 독성실험결과를 근거로 한 인간에서의 급성독성 참고치에 비하면 20% 이하의 수준이기 때문에 급성독성은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살충제 계란 섭취에 대해 이렇게 발표했습니다. 곧 식품안전처가 인증한 계란의 경우 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단지 "장기적으로 섭취한 경우에 대한 연구논문 또는 인체 사례보고는 지금까지 확인할 수 없었으며 지속적 관찰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문했습니다. 그 누구 하나 책임지겠다는, 그리고 책임의식을 갖고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겠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그리고 국민들을 대상으로 독성물질에 대한 지속적인 임상실험을 하겠다는 변함없는 의지는 천명하면서 말이죠.

요즘 식탁에 오르는 먹거리 중에 과연 안전한 것이 얼마나 될까요? 요즘 시골 텃밭의 채소도 농약을 치지 않으면 거의 먹을 수 없습니다. 상추나 깻잎은 원래 병충해에 강해 농약을 하지 않았던 작물에 속했지만 이제는 약을 치지 않으면 식탁에 오르지 못합니다. 콩에 농약을 하게 된 건 이미 오래됐고요. 우리 민족의 가을 정서중의 으뜸인 밤과 감도 농약을 치지 않으면 벌레가 달려들어 먹을 수가 없습니다. 밤이나 감은 벌레가 먹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오로지 자연과 인간의 정성만으로 건강한 수확을 가져다줬습니다. 그런데 70~80년대 들어 신품중이 보급되고 농약들을 치게 되면서 급속도로 그 고유의 건강성을 상실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금 밤은 토종들도 밤이 열리기는 하되 가을에 수확해 보면 모든 밤에 벌레가 밤톨 안에서 생깁니다. 그래서 밤송이가 생길 때 헬기로 공중에서 농약을 살포해 밤송이 안에 침투시켜 벌레를 박멸합니다. 얼마나 독한 약들인지 짐작이 가실 겁니다. 밤농약을 살포하면 그 일대 귀중한 생명체는 다 사라집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모든 과일들과 농작물은 이미 생산자가 맹독성 농약을 무지막지하게 쳐야만 수확이 가능합니다. 그야말로 병충해와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어느 통계를 보면 대한민국이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농약을 살포하고 금지된 농약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담배 농사를 짓는 농부들이 해질녘 집으로 돌아갈 때 휘청거리며 걷던 모습들이 잊을 수가 없습니다. 담배에 독한 약들을 치다 보니 약에 취해서 그렇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빚을 다 갚으면 담배 농사는 그만둔다고요. 제가 16년 전 나주 노안에서 몇 년을 머물면서 보았던 농촌의 풍경입니다.

대규모 양계장 돈사 우사 거위농장 등이 들어서면 사시사철 말할 수 없는 악취로 그 인근 주변 사람들과 모든 생명체들은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 열악한 환경에서 억지로 키운 먹거리는 너무나 많은 독소를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 삼천리 금수강산이 온통 축사 냄새로 진동하고 물과 지하수 오염으로 하천에는 생명체들이 사라졌습니다. 무분별한 축사들의 난립은 단지 고기를 많이 먹기 위해서 너무나 소중한 것들을 대가로 지불하고 말았습니다. 현재 우리 국민들이 먹고 있는 축산물과 양식장 해산물의 실상을 제대로 알면 그 파장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이제는 소비주체가 나서야 합니다. 그래서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먹거리를 생산하는 데 국민의 합의를 도출해야 합니다. 그리고 제대로 된 먹거리를 알아보는 안목을 키워야 합니다. 자본주의의 속성을 간파하고 정성과 사랑이 없이 생산된 먹거리는 독약보다 위험하다는 인식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땅과 물과 공기를 살리고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건강해지는 길입니다.
김덕수(정산 鼎山)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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