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면서 늘 '세상에서 가장 미련한 짓이 먹기 내기'라는 말을 들었다. 명절 전야(前夜)면 어른들이 모여 족보를 들먹이는 집안의 윤리였으리라. 나의 부모는 검소한 식사를 즐겼다. 그런 부모 앞에서 음식에 코를 처박고 후루룩거렸다가는 좋은 얘기를 못 들었다. 음식을 먹는 일에도 거룩함이 깃들일 수 있으며 그 자체로 즐겁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은 한참 뒤에야 알았다. 음식을 함께 먹음은 곧 사랑이다.
엄청난 식사량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이도 있다. 신라 무열왕 김춘추. '삼국유사'에 이런 글이 보인다. "하루에 쌀 세 말과 수퀑 아홉 마리를 먹었다. 백제를 멸망시킨 뒤로는 점심을 거르고 아침과 저녁만 먹었다. 이것들을 셈하면 하루 쌀 여섯 말, 술 여섯 말, 꿩 열 마리였다"고 했다. 물론 이 내용이 사실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으리라. 김춘추의 비범함, 그의 부와 권세를 암시하는 뜻도 있을 것이다.
먹기 내기란 야만적인 짓 같지만 합리적 사고를 한다는 서양에서도 성행한다. 그중 핫도그(Hot dog) 먹기 대회는 유명하다. 지난 10일자 '인민망(人民網)'의 한국어판에 미국 뉴욕 코니아일랜드에서 열린 핫도그 먹기 대회 기사가 보인다. 남성부에서는 캘리포니아 출신의 조이 체스트넛이 10분에 일흔두 개를 먹어 대회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을 차지했다. 여성부에서는 일본계 수도 미키가 10분에 핫도그 마흔한 개를 삼켜 4년 연속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핫도그는 길쭉한 빵에 구운 소시지를 끼운 음식이다. 우리가 핫도그라고 부르는 음식과는 다르다. 우리 식 핫도그는 콘도그(Corn dog)다. 소시지를 옥수수 반죽으로 감싼 뒤 식용유에 튀긴 것이다. 핫도그에는 프랑크푸르트 소시지나 비엔나 소시지를 주로 사용한다. 우리 식품점에서 흔히 보는 소시지와 달리 다진 고기처럼 기름지다. 두툼한 빵 사이에 끼워 맥주나 콜라와 함께 먹으면 한 끼 식사로 손색없다. 이걸 마흔 개 이상 먹는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음식 먹기 내기는 그래도 양반이다. 최악은 술 마시기 내기가 아니겠는가. 이 내기는 백해무익하다. 우선 술값이 만만치 않으니 주머니를 털어낸다. 과한 술은 위장을 부대끼게 만든다. 간장을 거듭 혹사시키면 미상불 병을 부른다. 주기(酒氣)가 과하면 정신을 잃게 하니 '술 마신 개'라는 말이 괜히 생기지 않았다. 그러나 어떤 술내기는 전설로도 남았는데, 사연인즉 다음과 같다. 바로 1970년 아시아를 제패한 남자농구와 축구 선수들의 맞대결이다.
남북회담을 하듯 농구선수와 축구선수가 짝 지어 마주앉았다. 농구에서는 김영일ㆍ김인건ㆍ이인표ㆍ신동파ㆍ최종규ㆍ박한ㆍ곽현채ㆍ유희형이, 축구에서는 오인복ㆍ김홍일ㆍ박이천ㆍ정규풍ㆍ최재모ㆍ김호ㆍ이세연ㆍ변호영이 나갔다고 한다. 규칙은 이랬다. 고성을 지르거나 토하거나 졸거나 그 밖에 주정을 하면 탈락. 대각선으로든 어디로든 술잔을 건네지 않고 앞사람에게만 잔을 주는 끝장 승부였다. 저녁에 시작된 술내기는 다음날 새벽 4시30분에 끝났다.
어느 쪽이 이겼겠는가. 정답은 다음 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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