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공원의 전개/윤은성
영원이라는 말을 쓴다 겨울의 도끼라는 말처럼 우연히 여기라고 쓴다 공원이라고 쓴다 누군가를 지나친 기분이 들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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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를 벗어 두고 기타를 치고 있는가 물구나무를 서고 있는 아이의 다리 위로 그대는 날아가려 하는가 발을 버둥거릴 때 옷깃을 쥐려 하는 손들이 생기고
손목을 내리찍으려고 돌아다니는 도끼
물이 어는 속도로
얼음이 갈라지는 속도로
겨울의 공원이 생기지, 해가 저물도록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던 사나이여
그대의 곁에서 넘어지고 일어서는 어린 수리공들
우리는 우리의 작업을
언제든 완료할 수 있지,
그저 꽃잎을 떨구면
그저 붉은색 페인트 통을 엎지르면
상점은 짜부라지면서 물건을 토해 내지, 상점의 주인처럼 주인의 집주인처럼 이빨들이 썩어 가지, 그림자에서는 머리카락이 점점 길어지고 그대의 책장이 넘어가고
또 해가 저물지, 테이블 위의 물컵은 놓아 둔 그대로 있는데 무엇이 여기서 더 아름다울 수 있겠는가
우리는 우리의 불씨를 사방에 퍼뜨리고 말았다네, 우는 말들을 내버려 두고 그대의 늙은 신부들이 먼 도망을 준비한다
수리공이 모두 모이자
그대에게 주려던 꽃이 굳고
페인트가 빠르게 갈라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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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낯설다. 그런데 그 이유는 본질적이다. 우리는 흔히 시를 어떤 대상으로부터 촉발된 정서나 감각을 적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겨울의 공원"과 "사나이" 그리고 "어린 수리공들"이 실제로 있었거나 적어도 그렇게 가정할 수 있는 어떤 내적 정황이 먼저 구성되어 있었기에 이런 시를 썼다고 말이다. 그런데 이 시를 쓴 시인은 정반대의 경로를 밟는다. 이 시의 발생 조건은 "누군가를 지나친 기분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 "기분"에 의해 "공원"이 형성되었고 "공원"은 그 "기분"을 동력으로 어떤 상태를 "전개"한다. 그런데 놀라워라. 그 끄트머리에는 "테이블 위의 물컵"이 있는데, 그것은 위태롭기 짝이 없는 궁극의 아름다움의 압점이다. 어떤 '우연한 지나침'이라는 순간 속에서 영원을 전개하고 있는 이 젊은 시인의 미적 예민함은, 진실로 보들레르적이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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