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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후 카톡금지법…의욕만 앞섰던 '아이유법' 보고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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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속 각종 변수 고려해야…디테일 부족해 비난 받은 과거 황당 법안 사례 반면교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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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이 '퇴근 후 카톡 금지'를 포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상사가 전화나 스마트폰 메신저 단체 채팅방을 통해 직원들이 퇴근한 후에도 업무지시를 하는 관행을 없앤다는 취지다. 개정안 내용을 보면 상사가 직원들이 퇴근한 후에도 직·간접적으로 업무 지시를 내리는 행위를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업무지시가 정당한 경우에는 연장근로로 보고 통상임금의 50%이상을 가산해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직장인들은 퇴근후 카톡금지법안 발의에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세부적인 내용이 보충되어야 한다고 본다. 직장생활에서는 수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법적 규제의 대상을 정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우선 직급상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보내는 문자만 업무지시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다. 업무상 이유로 하급자가 수시로 상급자에게 긴급 보고를 하는 것도 상황에 따라 '업무상 카톡 금지' 문제가 될 수 있다.
'친분관계'나 '업무지시'의 범위를 두고도 유권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남다른 친분이 있는 직장 선후배간 "술 한 잔 하자"는 문자는 업무 문자가 아니고, 악질 상사가 억지로 회식에 참여할 것을 독려하는 문자는 업무 문자로 분류한다는 건 사실상 힘든 일이다. 게다가 회사는 메신저 대화를 수당 지급을 위한 근거로 삼는데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표시할 것이다. 이쯤 되면 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나아가 언론 등 특정 분야에서는 퇴근 후 카톡이 필수적이다. 비상 대기를 하는 것 자체를 업무로 보는 관행이 있기 때문이다. 이용호 의원 이전에도 지난해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퇴근 후 카톡 금지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근로자의 사생활을 보호하자는 취지가 정치권에서조차 지켜지기 힘들다는 내부 반발에 직면해야 했다. 국회의원도 심야에 보좌관, 비서관에게 전화, 메신저로 업무 지시를 하는데 누구더러 카톡 금지를 시키냐는 것이다.

카톡 금지법은 취지는 좋았지만 디테일이 부족해 '황당 법안'이라는 오명을 쓴 과거 사례를 반면교사할 필요가 있다. 2012년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이른바 '아이유법'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개정안은 운동선수, 연예인 등 청소년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모델의 주류 광고 출연을 금지하며 특히 만 24세 이하의 인물이 주류 광고에 나설 수 없게 했다. 당시 만 22세였던 아이유가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광고 모델을 하던 터라 해당 개정안에는 '아이유법'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문제는 다른 법안이나 유관 위원회의 금지조항과 충돌하는 등 디테일이 굉장히 부족했다는 것이다. '아이유법'은 청소년보호법이 인정하는 음주 가능 나이(만 19세)나 방송광고심의위원회서 정한 '만 19세 이상만 주류광고 출연 허용' 조항과 충돌했다. 이 개정안은 보건복지위를 통과했지만 이후에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일부 위원의 반대로 결국 국회 본회 상정이 불발됐다.

2015년 정신질환자, 마약중독자도 '말조련사' 자격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말산업 육성법 개정안도 '디테일 부족'으로 숱한 비난을 받았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종배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개정안은 정신병·인격장애·알코올 및 약물중독 등을 가진 정신질환자나 마약 등 향정신성 의약품 중독자 등을 대상으로 한 말조련사 자격 취득 제한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동물학대 등 정신질환·마약중독자의 사고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디테일한 선행 연구가 부족한 상태에서 대뜸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이 의원의 발의는 당시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던 '규제 완화'에 부응하기 위해 나온 것이었다.

한편 지난해 20대 국회가 문을 연 지 석달만에 1000여건의 법안 발의가 나왔지만 시선 끌기에 급급해 실현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여야가 민심 눈치보기에 민감한 요즘, 포퓰리즘에 치우치기 보다 치밀한 사전 연구를 거친 법안 발의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아시아경제 티잼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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