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사천~하동 2번국도-산 따라 물 따라 야경따라 서정이 흐르는 길

진주의 매력은 밤에 있다. 어둠이 내려오면 남강을 굽어보며 묵묵히 서 있는 진주성은 화사한 불빛을 받아 형형색색 아름다움을 토해낸다. 성안에 들어 은은한 불빛을 따라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진주의 매력은 밤에 있다. 어둠이 내려오면 남강을 굽어보며 묵묵히 서 있는 진주성은 화사한 불빛을 받아 형형색색 아름다움을 토해낸다. 성안에 들어 은은한 불빛을 따라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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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물안개가 하동송림을 감싸고 있다.

섬진강 물안개가 하동송림을 감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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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 실안낙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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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 다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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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만리]적벽(붉은불빛 진주성벽)이 그려낸 夜畵 원본보기 아이콘

진양호

진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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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경남 진주와 하동을 잇는 가장 빠른 길은 남해고속도로입니다. 속도와 효율을 생각한다면 한 시간이 채 안 걸리는 이 편리한 지름길을 택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그 길에선 여유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저 빠름만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둘러가는 2번 국도에 눈길을 주는 건 여유로움과 서정적인 풍경이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전남 신안을 기점으로 목포와 광양을 거쳐 하동, 사천, 진주, 창원, 부산으로 이어지는 2번 국도는 대부분 왕복 4차로인 고속화도로입니다. 이중 신안군 구간, 하동읍~사천시 곤명면 구간 등 일부 도로가 호젓한 왕복 2차로라 그 맛이 각별합니다. 길은 경전선 철로와도 거의 나란히 달립니다. 남강과 어우러진 진주성과 촉석루의 황홀한 야경, 사천 다솔사 숲길과 운치 있는 북천역, 섬진강 물안개 피어오른 하동 소나무숲 등을 만날 수 있습니다. 2번국도중 진주, 사천, 하동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가보겠습니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서진주 I.C를 빠져나오면 진주성이 있다. 임진왜란 때 진주 목사 김시민이 왜군을 대파한 진주대첩 현장이다. 1593년 왜군과 2차 전쟁에서 최후까지 격렬히 저항했던 곳이기도 하다.

진주의 역사와 문화를 품에 안고 유유히 흐르는 남강을 굽어보며 묵묵히 서 있는 성은 진주의 상징이다. 가족과 함께, 연인과 함께 성을 거닐고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풍경이 평화롭기 그지없다.


성안에는 촉석루와 의암, 김시민장군 동상, 국립진주박물관이 있다. 영남 제일의 누각으로 꼽히는 촉석루는 고려 고종 28년(1241)에 창건해 임란 중에는 진주성을 방어하는 지휘본부로 쓰였다. 한국전쟁 때 소실된 것을 1960년에 복원했다.

촉석루 아래로 내려가 논개가 왜장을 끌어안고 몸을 던져 충절을 다했다는 '의암'을 둘러보는 것도 잊지 말자. 국립진주박물관은 '공간사옥' '올림픽주경기장' '경동교회'를 설계한 한국 현대건축의 거장 고(故) 김수근 선생 작품이다. 낮게 지은 건물은 진주성 전체 경관 속에 자연스럽게 섞이고 녹아든다.


진주성의 또 다른 매력은 야경이다. 밤이 되면 진주성은 화사한 불빛을 받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뀐다. 왜적과 맞섰던 치열한 역사의 현장은 따뜻하고 포근한 밤의 휴식처가 된다.


촉석루는 전시에는 장수들이 사용하던 일종의 지휘소였지만 평시에는 선비들이 풍류를 즐겼다. 촉석루 처마나 실내에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무늬들이 가득하다. 무늬들이 깜깜한 밤에 조명을 받으면서 더욱 선명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선사한다.


멀리서 보는 진주성의 황홀함은 성내로 들어가서도 여흥이 가시지 않는다. 나무와 성벽을 따라 붉은 조명을 설치해 마치 진주성에 자신이 살고 있는 듯 착각마저 들게 한다.


진주성을 마음껏 즐긴 후엔 진주 별미인 냉면이나 비빔밥으로 출출한 속을 달랜다. 예부터 이북에 평양냉면이 있었다면, 이남엔 진주냉면이 손꼽혔다. 메밀로 면을 만든다는 것 말고는 두 지역 냉면 사이에 공통점이 없다. 쇠고기 육수와 동치미를 쓰는 평양냉면과 달리 진주냉면은 해산물로 육수를 내며 묵직한 고명이 올라간다. 쇠고기를 달걀에 묻혀 지진 육전이 들어가는 것도 독특하다. 숙채와 육회를 올리고 선짓국을 곁들여 먹는 진주비빔밥은 전주비빔밥에 비해 소박하고 담백하다.


길은 서부경남권의 유일한 인공호수인 진양호로 이어진다. 1970년 남강댐이 건설되면서 생긴 진양호는 덕유산에서 발원한 경호강과 지리산에서 시작된 덕천강이 만나는 지점에 있다. 지리산 자락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이 일품이다. 맑은 날 해질녘 전망대에 오르면 호수 위에 붉은 물감을 풀어 놓은 듯 아찔한 풍경을 만난다.


진주를 벗어나 사천시 곤명면에 들어선 후 58번 지방도로로 슬쩍 빠져 5킬로미터 가량 가면 봉명산 다솔사다. 신라 지증왕 때 창건된 절집은 자장율사, 의상대사, 도선국사가 수행 정진했던 곳이다. 다솔사와 인연이 깊은 인물로 만해 한용운과 소설가 김동리도 있다. 만해는 이곳에서 독립선언서 초안을 작성했고, 김동리는 단편 '등신불'을 썼다.


적멸보궁 안에는 드물게 와불상을 모셨다. 부처가 열반에 들기 직전의 모습이다. 김동리 선생이 경남지역 청년들을 모아놓고 야학수업을 했다는 대양루, 적멸보궁 뒤 부처의 사리를 모신 사리탑, 만해가 머물렀던 응진전, '등신불'이 탄생한 안심료까지 찬찬히 둘러본다.


다솔사를 나와 지리산을 오른편에 두고 하동으로 넘어오면 북천면 직전리다. 가을이면 코스모스ㆍ메밀축제가 열리는 북천역은 고즈넉한 풍경이 어여쁜 간이역이다.
2번 국도는 횡천면과 적량면을 거쳐 진주~하동 여행의 종착지인 하동읍에 다다른다. 하동읍에서 쉬어갈 곳은 천연기념물 제455호인 하동송림과 섬진강이다.


송림은 조선 영조 때 강바람과 모랫바람을 막으려고 조성한 소나무숲이다. 지금은 멋진 노송들이 숲을 이루며 여행객들의 휴식처가 되어 주고 있다. 섬진강 백사장을 곁에 두고 산책을 즐기거나 자전거를 탈 수 있다. 울창한 솔숲에서 초여름 열기를 식히는 낮잠 한숨 청하기에도 그만이다. 송림 주변엔 악양들판과 최참판댁, 쌍계사, 화개장터 등 명소들이 많다.
소나무 숲이 끝나는 곳엔 경전선 섬진강철교가 지난다. 강 건너편은 전라도 광양 땅이다. 2번 국도는 섬진강을 건너 광양으로 이어진다.


진주ㆍ사천ㆍ하동= 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여행만리]적벽(붉은불빛 진주성벽)이 그려낸 夜畵 원본보기 아이콘

◇여행메모
△가는길=
수도권에서 가면 경부나 중부고속 이용, 대전 통영간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서진주 IC를 나오면 진주성과 진양호가 금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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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진주에는 경상남도수목원과 진양호 물문화관, 진주 소싸움을 빼놓을 수 없다. 진주검무 등은 토요상설공연장에 열린다. 사천은 2번국도에서 조금 벗어나 있지만 신진리성, 낙조로 유명한 실안해안도로, 남일대 해변 등이 잘 알려져있다. 하동은 최참판댁을 비롯해 청학동, 삼성궁 등 볼거리가 많다.


[여행만리]적벽(붉은불빛 진주성벽)이 그려낸 夜畵 원본보기 아이콘
△먹거리=진주비빔밥(사진)과 육회는 천황식당과 제일식당이 유명하고 진주냉면은 하연옥이, 중앙시장 꿀빵은 추억을 선사하는 맛이다. 사천에도 알려진 냉면집이 있다. 재건냉면은 전분함량이 높은 쫄깃한 면을 사용한다. 하동은 재첩국을 빼놓을 수 없다. 원조강변할매재첩식당과 동백식당 등이 맛나다고 소문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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