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기본료 부분 폐지-완전 폐지, 오락가락 국정위
폰 기본료 폐지에 쏠린 눈…폐지 범위 두고 후퇴 논란
업계·학계·소비자단체 머리 맞대 실효성 있는 정책 내놔야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문재인 정권의 휴대전화 기본료 폐지 공약을 구체화하고 실현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대상이 누구인지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로 정부가 출범한 후 국정기획위원회 내부에서 폐지 대상을 두고 온도차가 적지 않아서다. 국민은 물론 업계도 국정기획위 관계자들의 발언 내용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보다 신속하게 명확한 방향을 정리하지 않으면 소모적 논란만 증폭될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본료 폐지 대상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 7일 최민희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 위원의 발언에서 시작했다. 최 위원은 "기본공약은 기본료 삭제로 저소득층에 대한 기본료 인하"라며 "2G, 3G, LTE 일부다. 그 기본료 폐지 공약을 확대해석한 것이 업계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사실 그동안 통신업계에서는 문 대통령의 공약이 전체 가입자 6200만명에 대한 기본료 폐지로 받아들이면서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 왔다. 실제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가계통신비 절감정책을 발표하면서 "통신비 기본료를 완전 폐지하겠습니다. 이동전화 기본료는 통신망을 깔고 통신설비를 만드는데 드는 비용입니다. 하지만 LTE 기지국 등 통신망과 관련된 설비투자는 이미 끝난 상태입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래서 이날 밤 이개호 경제2분과 위원장에게 추가 질의한 결과 "기본료는 2G폰과 3G폰에만 부과되고 있다"면서 기본료 폐지는 2ㆍ3G에 해당된다는 뉘앙스의 얘기를 했다. 결국 국정기획위 관계자들의 설명은 문 대통령의 공약과 관련한 발언에 비춰 대상이 좁아졌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에 시민단체가 나서 '공약 후퇴'를 지적했다. LTE 가입자들에 대해서도 기본료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자 이 위원장은 8일 오후 "2G 단말기든, 3G 단말기든, LTE 단말기든 모든 휴대전화 기본료는 일괄 폐지하자는 것이 국정기획위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하룻만에 다시 LTE 휴대전화 기본료를 폐지한다는 식으로 말이 달라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LTE 이용자들이 가입한 요금제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기본료가 없는 정액형 요금제다. 말 자체는 바뀐 모양새지만 속뜻은 전날의 발언과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국민으로서는 헷갈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업계의 설명을 들어보면 기본료는 전기통신설비 구축에 드는 비용을 회수하기 위한 목적에서 부과한다. 기본료 폐지 주장을 펴는 쪽에서는 2ㆍ3G의 경우 설비구축이 10년이 넘은 상태여서 설비에 대한 감가상각이 끝난 상태라고 볼 수 있다는 점을 든다. 하지만 업계의 입장은 전혀 딴판이다. 유지관리를 위해 계속 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공약을 만드는 과정과 공약을 구체화하고 정책으로 확정해 실현하는 과정은 확연히 다를 수 있다. 공약 수준에서는 다소 과장이 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하지만 국민에 실제 영향을 주는 정책을 만들 때는 현실과 법적 여건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충분히 전문가의 얘기를 듣고 토론을 해야 한다.
그런데 국정기획위는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에 기본료 폐지 방안을 내놓으라고 몇번째 퇴짜를 놓고 있고, 그때그때 말이 달라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기본료 폐지를 위해서는 국회에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이 필요하다.
공약이 큰 방향 설정이라면 정책은 디테일이다.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는 경우가 많다. 공약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디테일은 합리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역대 정권에서 가계 통신비 인하 정책이 지금까지 왜 실패했는지 꼼꼼히 점검하고, 취지를 반영한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업계, 학계, 소비자 단체 등 관련 전문가들의 말에 귀를 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 정권의 기초연금 공약처럼 두고두고 공수표 지적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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