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개성공단기업 '금리폭탄'…기존 대비 3~4배↑(종합)
지난 정부 일방적 중단에 생산설비·완제품 놓고 내려왔는데…
시중은행들, 기업신용 떨어졌다며 3월부터 대출금리 3~4배 인상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진글라이더'는 패러글라이더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60%에 이르는 독보적 1위의 개성공단 입주기업이었다. 바람의 저항을 최대한 줄이면서도 안전하다는 평가에 세계 시장에서 품질과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경기도 용인에서 특수소재 등의 R&D(연구개발)를 맡고 개성공장에서 전체 생산량의 70%를 제조하던 구조였다. 직원이 남북한을 통틀어 230여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박근혜 정부의 일방적인 개성공단 중단으로 치명타를 입었다. 제품 판매 성수기를 한 달 앞두고 완제품 대부분을 개성에 남겨두고 내려왔다. 납품을 제때하지 못해 거래처를 잃었다. 생산설비를 회수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다. 품질과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OEM(주문자상표부착 생산)을 맡기지 않던 원칙을 깨야했다.
생산기반을 잃고 헤매던 이 기업은 이제 대출 금리 '폭탄'까지 떠안게 됐다. 다른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의 개성공단 재가동 의지가 강하지만, 관련 기업의 생존은 천길단애에 올라섰다는 하소연이 쏟아진다.
7일 개성공단기업 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개성공단 중단 1년 4개월이 지나면서 입주 기업의 30% 이상이 3~4배의 대출 금리 인상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기업들이 기존에 부담하던 3~4% 금리가 8~12%까지 올랐다. 진글라이더의 경우 A은행에서 빌린 대출금액 8억원의 만기가 지난달 도래하면서 12%의 금리를 요구했다. 기존 금리는 4%대였다.
송진석 진글라이더 대표는 "연매출 150억원, 영업이익이 15%대를 유지하던 기업이었다"며 "공단 가동 중단으로 인해 한 해 실적이 악화됐다고 해서 3배가 넘는 금리를 요구하는 것은 너무 한 것 아닌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해 11월22일 국회 앞에서 개성공단 기업 정상화와 남북경협 재개를 염원하는 장례식을 치렀다. 지난해 2월10일 박근혜 정부의 갑작스런 개성공단 폐쇄로 인해 남북화합과 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사망한 것을 늦게나마 애도하고, 관련기업들의 경영정상화와 남북경협을 염원했다.
원본보기 아이콘금리 폭등의 이유는 개성공단 중단으로 인한 기업의 신용도 하락이다. 악화된 지난해 실적을 반영하는 올해 3월부터 시중은행들이 만기 대출의 금리 인상을 일제히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개성공단 기업들은 설비 투자 금액과 거래처 등의 손해를 만회하지 못한 상황에서 3~4배에 이르는 금리 인상을 부담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재기를 노리는 개성공단 기업들에게 높은 금리는 이중고가 될 수밖에 없다. 의류 OEM 생산 전문업체 나인모드가 대표적이다. 나인모드는 지난해 개성공단 중단 이후 베트남에 새롭게 공장을 임대해 재기를 노리고 있다. 그러던중 지난달 B은행으로부터 3%의 기존 금리를 9%까지 올려야 대출 상환기간 연장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옥성석 나인모드 대표는 "몇십억을 투자한 개성공단 공장과 설비 손해를 극복하는 것이 1년만에 가능하겠느냐"며 "10% 안팎의 고금리를 견딜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해 사업 존폐 기로에 서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당선 이전부터 '개성공단의 조속한 재가동'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며 현재 통일부를 중심으로 입주기업의 추가 보상 방안을 마련 중이다. 하지만 이런 대출금리와 관련한 대책은 아직 진척되지 않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입주기업의 50% 이상이 고금리로 인한 자금난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개성공단 재가동에 앞서 가장 시급하게 풀어야할 과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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