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전자 깨운 전류… ‘회전 본능’ 되찾은 전자들의 반란
UNIST, 전류가 스핀·궤도각운동량 유도하는 과정 실시간 양자 계산으로 규명
키랄 유도 스핀 선택성 이해·전기신호 기반 스핀 소자 설계 토대, ACS Nano 게재
단 한 번의 불꽃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차가운 금속판 안에서 죽은 듯 고요하던 전자들이 일제히 몸을 비틀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전류를 흘리는 것만으로 나선형 물질 속 전자의 '회전' 성질을 끌어낼 수 있다는 이론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자의 이동이 궤도각운동량과 스핀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실시간 양자 계산으로 추적한 결과다.
UNIST 물리학과 박노정 교수팀은 미국 미주리대,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와 함께 나선형 1차원 전도체에 전류가 흐를 때 스핀과 궤도각운동량이 나타나는 현상을 양자 제일원리 계산으로 규명했다고 전했다.
전자에는 자전 성격의 '스핀'과 공전 성격의 '궤도각운동량'이 있다. 평소에는 서로 반대로 도는 전자들이 짝을 이뤄 회전하는 힘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나선형 물질에 전류를 흘리면 특정 방향의 스핀을 가진 전자가 우세하게 나타나는 스핀 분극인 '키랄 유도 스핀 선택성(CISS)'이 발생한다.
이 현상은 무겁고 복잡한 자기 장치 없이 스핀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핀트로닉스 소자 설계 원리로 주목받고 있지만, 전류가 나선형 구조 안에서 실제로 어떤 과정을 거쳐 스핀을 만들어내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에 따르면, 나선형 물질에서 전류가 스핀 분극을 만들어내는 현상은 전자의 직선 운동이 궤도각운동량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비롯된다.
연구팀은 나선형 셀레늄 원자선에 전기장을 가해 전류가 흐르는 상황을 만들고, 전자의 움직임을 실시간 시간 의존 밀도범함수이론(rt-TDDFT)으로 계산해 이를 밝혀냈다. 셀레늄 나노선에 전류를 흘리면 전자가 한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직선 운동량 일부가 '회전운동' 성격의 궤도각운동량으로 전환되는데, 이 궤도각운동량이 스핀-궤도 결합을 통해 스핀 분극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스핀-궤도 결합은 전자의 공전 운동에 해당하는 궤도 운동과 자전 성격의 스핀이 양자역학적으로 연결되는 현상이다.
이러한 변화는 전류 크기가 임계점을 넘어야만 발생했으며, 전기장을 끊어도 전자의 회전 현상이 지속적으로 유지됐다. 이는 외부 전기장이 직접 전자의 회전 성질을 만든 것이 아니라, 나선형 구조를 따라 흐르는 전류 자체가 스핀과 궤도 운동을 끌어낸다는 점을 보여주는 계산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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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정 교수는 "이번 연구는 나선형 물질에서 특정 스핀을 가진 전자가 더 잘 이동하는 현상인 키랄 유도 스핀 선택성을 이해하고, 별도의 자석 없이 전기 신호로만 작동하는 스핀트로닉스·오비트로닉스 소자를 설계하는 데 기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과 산업통상자원부 KIAT 인력양성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국제학술지 '에이씨에스 나노(ACS Nano)'에 4일 23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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