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이 할머니댁 돌복숭아나무, 새끼를 다닥다닥 달았다


 "아고야, 이기 그래 좋다데요"

 "올갠 마캐 쌍둥이다"


 "무르팍에도 직빵이라 카데예"

 "내는 고븐 꽃 실컷 봤다, 열매는 니 하그라"


 배냇귀 잡순 할머니 말씀, 샛길로 날려도 직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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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어르신들께서 무심히 툭 던지시는 한마디에 화들짝 놀라곤 한다. 무심한 듯하지만 그 말 속엔 당신들의 일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시에 등장하는 '방울이 할머니'의 말씀 한마디도 그렇다. "내는 고븐 꽃 실컷 봤다, 열매는 니 하그라". 그래, 꽃 봤으면 됐지 열매야 서로 나누면 될 일. 작게 생각하면 할머니의 도타운 정이 넘쳐나는 한마디고, 좀 크게 넘겨짚자면 후대를 향한 웅숭깊은 도량이 느껴지는 말씀이다. 그런데 "배냇귀 잡순 할머니"라고? "배냇귀 잡순"이라면... '방울이 할머니'는 나실 적부터 귀가 어둡거나 안 들리셨다는 뜻인데... 아, 그랬구나. 왠지 오가는 말의 맥락이 약간 비껴 있다 싶었다. 그런데 그래서 더 놀랍지 않은가. '방울이 할머니'는 그러니까 지레짐작으로 다 들으셨던 거구나. 아니 아니 마음으로 다 헤아려 들으셨던 거구나. '방울이 할머니'의 저 어두워 차라리 활짝 열린 귀가 이미 시다 싶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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